백두산_겨울, 다큐멘터리 극장

백두산(연극평론가) 겨울 속의 극장: 한국 다큐멘터리/극장과 겨울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부대행사로 기획된 <겨울에는 왕을 죽여야 한다>(DMZ Docs, 2019.9.21.-27)는 201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을 다룬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분할, 재구성, 배치하고, 영상의 전후로 퍼포먼스를 병행하여, 오늘 다큐멘터리 극장의 정신과 존재양식을 묻는 도전적인 전시이다. ‘도전적이다’는 말은 대체로 외연이 넓은 것인데, 이 전시기획의 의도에 담겨 있는 »

정강산_사라지지 않는 지표로서의 생산양식: 동시대 예술의 작업 경향의 조건에 관하여 ②

정강산(독립연구자) 그러나 보편으로서의 생산양식이 특수로서의 부문적 현상들을 통해 개별로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사례들은 당연하게도 비단 예술의 범주에 국한된 진술이 아니라, 철학을 비롯한 제 분과 영역들에서까지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18세기의 칸트에게 주체와 객체, 존재와 인식, 지성과 감성의 분리는 이미 하나의 대답으로서 제시되었는데, 여기서 각 영역은 마치 “순수 이성”과 “실천 »

정강산_사라지지 않는 지표로서의 생산양식: 동시대 예술의 작업 경향의 조건에 관하여 ①

  정강산(독립연구자)   “전체는 부분과 같지 않다(…)” Aristotle, Posterior Analytics, Translated by H. Tredennick, E. S. Forster, Harvard University Press, 1960. p.634.   “(…)특수한 이익은 전체의 보존으로 연결된다.” 헤겔, 『법철학』, 임석진 역, 한길사, 2008, p.524.   “(…)모든 미적 정립에서 문제되는 존재는 언제나 인간 세계이다.” 게오르그 루카치, 『미학 3』, 임홍배 역, »

홍태림_미명(未明)과 여명(黎明)의 사이에서

홍태림(미술비평가, 크리틱-칼 발행인) 어쩌면 개인의 관념과 사회의 불일치라는 말은 사뭇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행복과 불행도 하나의 관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불일치가 언제나 나와 우리의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의 관념은 어떻게 사회와 일치하거나 불일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

조재연_시계판에 총┃구나: 너와나와너와나

조재연(미학)   1 현재를 살라는 말은 아름다운 잠언이 되었지만 그것은 어쩐지 의심쩍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전하며 늘 오늘을 향유하는 자유에 대해 자랑스럽게 논하지만, 그것은 시간이라는 낱말을 잃어버린 세계 앞에서 죄책으로부터 도주하려는 요란한 알리바이가 아닐까. 이때 ‘시간’은 적금 만기일이 도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나, 타임라인 혹은 »

조재연_제가끔 서 있어도 우리들은┃멀티탭: 감각을 연결하기

조재연(미학) ‘세계를 바꾸려면’이란 조건절을 내달은 문장들은 지금 진부해졌다. 이 조건절을 만족시키기 위해 던졌던 물음에 이윽고 ‘세계란 없습니다’하고 수긍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긍으로부터 가장 위기에 닥뜨린 것은 존재 자체이기보단 예술일지도 모른다. 이때 예술이란 인상주의니 초현실주의니 하는 이름으로 진실한 세계란 이렇다고 호령하며 세계를 규정짓던 것이자, 과거의 세계에는 없을 수밖에 없으나 »

이민주_퍼포먼스, 혹은 전시에 대한 (비)웃음

  퍼포먼스의 형식에 대해 생각한다. 미술에서 퍼포먼스는 1950-60년대를 기점으로, 극장 기반의 전통적 개념인 공연과 달리 미술의 형식적 제한을 넘어서고자 하는 미적 실천으로 등장했다. 퍼포먼스는 작품의 결과와 완성에 대한 엄격한 태도에서 벗어나 작업의 과정에서 감지되는 시간과 행위에 방점을 두면서 시작된 형식이다.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신체의 출현과 ‘지금’, ‘여기’의 경험에 값을 »

엄제현_서울올림픽 개막식과 코스모폴리탄②

글: 엄제현 이후 성화 점화가 메인인 공식행사를 지나 삼부, <뒷풀이>가 시작된다. 아나운서 이창호는 첫 순서인 <좋은 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처음 세상이 열리고,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지내던 좋은 날의 광경이 펼쳐집니다. 하늘에 신비스런 기운 받은 땅의 기쁨을 기리고 하늘의 복을 비는 춤입니다.” 고대 부족들의 제의는 자신이 속한 부족의 종말에 »

조재연_폭력이 어쨌다구

조재연(미학) 1 오랜 동안 윤리는 현자의 돌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냈으니 그것은 바로 폭력이다. 윤리는 이제 어느 사태에서든 어떤 대상에서든 또 어떤 시간에서건 폭력을 증류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을 ‘악’이라 부를 수 있다고 자신 있고 대담하게 소리친다. 범죄, 테러 행위, 사회 폭동, 전쟁 그리고 그로부터 비명을 지르고 눈물짓고, 피를 흘리는 인간의 »

엄제현_서울올림픽 개막식과 코스모폴리탄①

글: 엄제현 들어가기에 앞서 인용문의 분량이 제법 많아 강조표기를 하여 식별이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미주도 본지에 비견되는 중요함이 있어 참고문헌은 모두 본문에 병기하였습니다. 미주까지 읽어주시면 모쪼록 감사하겠습니다. 들어가며 프로이트의 주장대로 노출증이 타인의 시선을 경유하여 자기-보기를 상상하는 유희라면 올림픽도 그와 유사한 보기를 수행하지 않을까? 지구 전체로 뻗어 나가며 세계인을 축제의 참여자로 포획하는 »

이문석_몇 번 쓰고 버려지는 새벽과 대충 쓰여지는 환청

이문석 여섯 해 동안 물류센터 상하차 알바, 일명 ‘까대기’를 하던 이종철씨는 자신의 경험을 그린 만화, 『까대기』를 출간한다. 이 중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이바다’는 작업을 하다가 목장갑이 더러워져 지점장에게 새것을 요청한다. 컴퓨터 사무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는 지점장은 새 목장갑 대신 쓰다 남은 목장갑이 담긴 박스를 내어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차피 몇 번 »

계원예술대학교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 연대발언문: 홍익대학교 ‘미대의 외침’의 “예술인 선언”을 지지하며

「홍익대학교 ‘미대의 외침’의 “예술인 선언”을 지지하며_계원예술대학교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 연대발언문」 (2019년 10월 6일)   정강산(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안녕하세요, 계원예술대학교 블랙리스트 총장 비상대책위원회입니다. 8월 28일 결성된 이후 저희는 ‘블랙리스트 공모자 송수근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기자회견, 성명 발표, 연대서명, 교내 프로그램 조직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블랙리스트 총장 »

이여로_아무것도 할 수 있는 정영문: 강물을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정영문[1]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작품론 00.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2]를 읽다 그만둔 지점은 우주선에 탑승한 고양이를 기념한다기보다 회상하는 일련의 문단이다. 그 이후로 대중없이 펼쳐보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전작인 <오리무중에 이르다>나 <어떤 작위의 세계>를 함께 펼쳐보기도 한다. 어떤 장면은 붙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붙지 않기도 »

홍태림_VR과 AR의 현재와 미래

홍태림(미술비평가, 크리틱-칼 발행인) 되뇌어보면《GDF2019: Tech & Art Festival》은 VR(Virtual reality)과 AR(Augmented Reality)을 동시에 다뤘지만, 전반적으로 AR작업보다는 VR작업이 더 많은 전시였다. 아무래도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1인용 HMD(Head Mounted Display)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VR작업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감상자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

한재섭_광주시립미술관의 정유승 작가 검열 의혹에 부쳐

한재섭(미술사) 2019년 8월 26일(월) 저녁 8시에 광주 동명동 I-플렉스에서 광주시립미술관의 정유승 작가 전시배제 사건 집담회가 열렸다. 이 집담회는 8월 20일 작가가 사건의 공론화를 바라며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과정이 공유되고 더불어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발언 속에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집담회에 온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제야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