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ka Balsom_여성적 응시를 찾아서

글: Erika Balsom 번역: 이광호 밋지(Midge)가 안경을 쓰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에서, 바바라 벨 게디스의 캐릭터는 지적이며, 그래서 남자 주인공 스코티(제임스 스튜어트)에게서 절대 로맨틱한 관심을 이끌 수 없는 여성이다. 그 역할은 회색 정장을 입은 스핑크스와 같은 매들린(킴 노박)에게 주어진다.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1953) 속 마릴린 먼로를 빌리자면, 고전 할리우드 »

조한울_미술노동자와 비엔날레

조한울 올해 4월 1일에 개막하여 치러진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두 번의 전시 연기 등 우여곡절 속에 개최되었고, 기존에 비해 단축된 전시 기간 탓에 일찍 폐막하였다.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전시 결과에 대한 평가나 전시 관련 소개는 여러 매체, 전문가, 개인 관람객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광주비엔날레가 생산한 결과물에 대한 논의가 »

안준형_게임의 물리적 인터페이스에 따른 게임적 체험의 이야기들: 컨트롤러, VR 그리고 뉴럴링크?

안준형 인터페이스는 사람과 기기 사이의 경계면을 의미한다. 이 경계면의 형태, 이른바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기기가 작용하는 복잡한 원리에 사람이 조작을 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허용치를 알기 쉽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시각적 인터페이스’와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나뉘어 나타난다. ‘시각적 인터페이스’는 스크린 상에서 재생되는 게임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시각 정보상의 구성 및 배치를 비롯한 시각적 디자인 전반으로 이해할 »

정강산_지성계에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될 것: 증상으로서의 김지훈

정강산   “친구여,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푸른 것은 삶의 황금 나무라네” -J. W. 괴테 “(…)비평가의 주된 임무는 대중의 문화적 해방에 참여하는 것이다(…)” -T. F. 이글턴 무주공산으로서의 미술 혹은 간/탈 학제의 보루 70년대 이후 미술은 간 학제의 원류와도 같았다. 그것은 작품생산에서부터 작품분석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관측되는 것이었다. 요컨대 작가는 이런 저런 »

이이환_풍선 같은 대중문화 속 쓰디쓴 비체의 탐정 게임: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언더 더 실버 레이크’

이이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he tragedy of your times, my young friends, is that you may get exactly what you want. – 밥 라펠슨, <헤드> (1968)”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2018년작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감독의 전작하고 이질적인 영화다. <아메리칸 슬립오버>나 <팔로우>에서 미첼은 미시건 주 교외의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지만 <언더 더 »

홍태림_백색검열에 대한 입장문

이 글은 PONG과 크리틱-칼에 동시에 게시된 엄제현 님의 글 <백색검열>에 대한 크리틱-칼 발행인 홍태림의 입장문입니다. 엄제현 님의 글 <19) 망가F타로의 죄와 벌 독해>와 관련하여 저에게 지적해 주신 3가지 측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을 드립니다. 또한 답과 함께 차후 크리틱-칼의 운영계획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1.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도판 삭제 도판 저작권 »

엄제현_백색검열

엄제현 *이 글은 웹진 PONG에 게시된 글을 재게재한 것입니다. 눈엣가시가 최상의 확대경이다. ─테어도어 아도르노─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를 건 투쟁을 역사 내내 지속하는 동안, 검열은 한켠에 도사린 채 호시탐탐 글쓰기를 베어 먹으려 했다. 소음 없는 세계를 향유하려는 욕망은 검열로 둔갑해 초인종을 누른다. 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인가? 당신이 속한 »

조남혁_도시 경관과 보행자

조남혁 공업 풍경은 도시 외곽에 있다. 중심가에서부터 밖으로 난 길목엔 벗겨진 페인트와 바닥에 둔 파이프, 알 수 없는 공업재가 목격된다. 공장이 쏟는 이미지다. 도시의 정돈된 이미지에 비해 날것이다. 공업 이미지는 음산한 풍광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도시 미학은 보편적으로 수용된다. 문래동의 철공단지, 공업재들 사이엔 개인 사업장 카페가 있다. 대체로 이들 카페는 매뉴얼로 »

오혁진_침묵의 장르, 워드리스노블

오혁진(만화 평론가) 그래픽노블의 기원으로 알려진 ‘워드리스노블(Wordless novel)’은 글 없는 목판화 이미지로 구성된 이야기다. 20세기 초에 등장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이 형식은 만화의 잃어버린 고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70년대 워드리스노블은 새로이 복권되는데, 윌 아이스너를 포함한 그래픽노블 작가들이 책의 물성과 진지한 주제에 주목해 워드리스노블을 만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그런데 »

윤아랑_자신을 자신하지 않으면서 자신하기

윤아랑 아래는 지난 2020년 8월 27일에  “작가이면서 인플루언서이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한편》 2호 연계 온라인 북토크를 위해 준비한 메모들을 어느 지인의 요청에 따라 하나의 글로 정리한 것이다. 여기엔 북토크 당시엔 시간 상의 문제로 생략되거나, 반대로 즉흥적으로 내뱉은 몇몇 말들을 추가했다.   오늘 토크를 준비하며 《한편》 측에서 제안한 주제가 “작가이면서 인플루언서이기”인데요, 아마 »

조재연_불을 꺼 잠에서 깨는 일, 박지형: 멀고도 먼

조재연 1 보고 싶어 하는 것들과 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밤, 밤으로 가야 한다. 감각할 수 없었던 것들과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둠 안에 있다. 우리는 형편에 따라 필요했던 일종의 것들을 빛을 통해 알아채 왔을 테지만, 형편에 따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빛은 어떤 시간이 흘러도 은닉이나 유예도 없이, 외려 »

최지현_신유물론은 진정 유물론적인가?

최지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돼요. 저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다구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반으로만 »

안세진_미로를 빠져나가면 죽는 쥐: 들뢰즈와 울리포(OuLiPo), 그리고 만남-기계

  안세진 나는 미술이나 영화를 보러 가는 걸 내가 하는 투자라고 이해해, 신중하게… 나는 교양이라는 걸 믿지 않아, 하지만 만남을 믿지.  만남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야. 만남은 사물들 간에 발생하지.  나는 나가고, 주의를 기울여. 만남을 위한 재료가 있을지. 영화 속에서, 회화 속에서… 들어봐, 누군가가 무엇을 한다고 치면 그건 그곳으로부터 떠나는 »

안준형_게임 세계의 유물론적 유령들과 폐쇄성: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안 무너진대요

안준형 선택받은 아이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지켜라! 게임 <디지몬>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는 게임적 체험으로부터 모티프를 얻어 묘사되는 디지털 월드를 배경으로 한다. 작중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주인공 일행들은 수학여행 도중 갑자기 기묘한 빛줄기의 포탈에 빨려 들어가 어느 외딴 섬에 떨어져 버린다. 거기서 그들은 디지몬이라고 하는 이상한 괴물들과 마주친다. 그 »

오혁진_리처드 펠튼 아웃코트: 옐로우저널리즘 무대에 쏘아올린 풍선

오혁진(만화 평론가) 1996년 만화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발생한다. 만화계는 <Yellow kid> 탄생 100주년과 로돌프 퇴퍼 사후 150주년을 기념하는 과정에서, 만화의 진정한 기원이 유럽인지 아니면 미국인지에 관해 논쟁한 것이다. <Yellow Kid>가 만화의 기원이라는 주장은 물론 부당하다. 그것은 차라리 만화 역사에 대한 무지 혹은 편향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린 이 주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