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_베니스 하늘에 뜬 20세기 별자리: 증강현실(AR)로 보는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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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증강현실 전시<어센션>을 San Giorgio Maggiore에서 바라본 모습 우: 증강현실 앱을 이용하여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 All images ©Richard Humann and SPARK+

2017년 여름,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은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 위에 펼쳐진 열두 개의 별자리에 쏠렸다. 바로 리처드 휴먼(Richard Humann)의 <어센션Ascension>이라는 전시 때문이다. 현재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시되는 수많은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베니스섬 전역에 설치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전시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휩쓸었던 ‘포켓몬GO’의 기술인 위치기반 증강현실을 이용한 예술로, 지정된 위치에서 앱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리처드 휴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가상 별자리를 만날 수 있다.

네오 컨셉추얼 예술가 리처드 휴먼

뉴욕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리처드 휴먼(미국, 1961)은 그간 사진, 비디오, 조각, 드로잉등 다양한 매체로 네오-컨셉추얼(neo-conceptual) 성격의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네오 컨셉추얼이란 60, 70년대에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컨셉추얼  아트에서 80년대 한 단계 발전된 개념으로, 재료나 시각적 미감보다 아이디어와 컨셉에 더 무게를 둔다. 리처드 휴먼은 언어와 내러티브를 작품의 주제로 사용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방식으로 작업을 발전시켜왔다. 또 주목할만한 점은 그가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작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경기문화재단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대림미술관, 영은미술관 등의 전시를 통해 국내관객과 마주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인물 역시 뉴욕에서 아트 프로듀서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한국인, SPARK+ 아트 매니지먼트 박설희 대표이다.

“미래지향적 고고학”의 내러티브

<어센션>의 구성은 비교신화학, 특히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로부터 나왔다. 캠벨은 이 책에서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의 공통점을 분석하고 영웅 신화가 삶의 본질과 역사의 반복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열두 개의 새로운 별자리들은 20세기 주요 사건과 인물들로, 다양한 문명의 역사와 신화의 어디에라도 반복적으로 등장했을 법한 요소들이에요.” 박설희 대표의 설명을 따라 <어센션> 전시에 포함된 열두 개의작품들을 차근히 들여다보니 익숙한 사건과 인물들이 떠오른다. 도버만 피셔와 저만 셰퍼드의 사나운 머리가 한 몸에서 만나는 형상을 띈 작품 “두개의 머리를 가진 개” 는 1, 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고, “나비, 벌”이라고 이름 지어진 별자리는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권투선수 모하마드 알리, 그리고 “용감한 탐험가”는 1969년 달에 도달한 인류의 폭발적 상상력을 별자리로 옮긴 작품이다. 그 외에도 미국이 지난 세기 동안 겪은 다양한 사건들 속의 인물과 역사가 밤하늘 가상 별자리의 형상으로 떠올라 관객에게 다가온다.

<어센션> 뉴욕 프라이빗 프리뷰 현장 

현재까지 국제천문연맹에 공인된 88개 별자리 이름의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내러티브에서 왔다. 같은 맥락에서 리처드 휴먼의 <어센션>은 이제 막 지나간 세기, 즉 서구 근대사 신화의 대표 내러티브에서 온 별자리들인 셈이며, 20세기 정치, 외교, 문화의 주요 인물과 사건들이 시각적 상징과 은유의 별자리로 재현된 것이다.

베니스의 다른 전시들에서도 <어센션>과 같은 신화적 내러티브의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팔라조 그라시에서 전시 중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해저에 침몰된 난파선에서 건져낸 믿을 수 없는 보물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은 2000년 전 고대 신화적 이야기를 현대기술을 통해 재현해 보이고, 미국관 대표작가인 마크 브래포드(Mark Bradford)의 <투모로우 이즈 어나더 데이Tomorrow is Another Day>에서는 메두사와 같은 신화적 요소들을 통해 현대의 이슈들을 전달한다. 이렇듯 역사와 예술의 관계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미래지향적 고고학” 의 전시들이 예술가와 관객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The Great Explorer and Two headed dog UI_Richard Humann_Seol Park
좌: Membit 앱을 이용하여 “어센션: 두개의머리를가진개”를 감상하는 모습; 우: “어센션: 위대한탐험가” (2017) All images ©Richard Humann and SPARK+

예술과 증강현실

전시<어센션>의 별자리들이 베니스 하늘 위에 떠오를 수 있게 된 것은 증강현실 앱, 맴빗(Membit)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증강현실은 GPS를 통해 위치를 파악 후 데이터와 인터넷을 연결해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로,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메라 필터 효과를 대표적 예로 들수 있다. 미술계에서도 몇몇 동시대 작가들이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예술과 증강현실, 그 통합의 지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제니 홀저(Jenny Holzer)는 이번 9월 새로운 증강현실 예술을 선보일 예정이고 비씨 비어만(BC Biermann)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아트 프로젝트를 최근 꾸준히 소개해왔다. 올해 초 열린 무빙 이미지 아트 페어(Moving Image New York 2017)에서도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예술 안에서 증강현실의 영역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어센션 모먼트

베니스 도심의 유려한 건축물과 더불어 푸르른 하늘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시간, 관람객들은 가장 아름다운 <어센션>을 경험할 수 있다. 베니스의 밤거리를 거닐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온 별자리들과 리차드 휴먼의 <어센션> 별자리들이 겹쳐 보이면서 비교신화학에서 말하는 반복성의 개념이 일종의 시공간적 경험으로 현실화된다.”고 말하는 박설희 대표의 설명처럼 시공간을 넘는 색다른 경험인 “어센션모먼트”를관객들이충분히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베니스에서 열리는 또 다른 전시인<OPEN 20>에서 9월 한 달간 <어센션>이 두 개의 새로운 별자리로 확장되며, 10월에는 파키스탄 카라치 비엔날레(Karachi Biennale)에 미국 대표 아티스트로 공식초청된 리처드 휴먼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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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 베니스 전역 (위 지도 참조)
  • 기간: 2017년 5월 13일 – 11월 26일
  • 주최/후원: European Cultural Centre, GAA Foundation
  • <어센션> 보는 법:
  1. 애플 앱 스토어에서 Membit앱을 무료 다운로드 한다.
  2. Membit앱을 열고 위치 서비스를 켠다.
  3. #Ascension을 검색 후 지도상 주변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어센션>을 찾아간다.
  4. 장소가 가까워지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하늘에올려 <어센션>을 찾는다.
  5. 내가 찾은<어센션>을 SNS에 포스팅 한다.

 


Reference

-리처드 휴먼: www.richardhumann.com

-SPARK+ 아트 매니지먼트:  https://www.sparkplusart.com/ascension-ar-venice-biennale

-맴빗 증강현실 앱:  http://www.membi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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