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민_‘뉴스, 리플리에게’,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성상민(만화-문화평론가, 미디액트 ACT! 편집위원)

 

포스터 출처

 

올 연말에 쓸 글이 있어서 원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갔었다. 좋은 작품이 없진 않았다. 안건형과 리슨투더시티는 여전히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근래의 트렌드인 아카이브, 빅데이터 포집, AI를 활용한 작업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이를 모아 큐레이션한 방식은 많은 골치를 만들었다. 나중에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아테네의 아고라에 컨셉을 따온 ‘좋은 삶’이라는 표제 자체가 공허하기에 각각의 작품이 유기성을 가지지 못하고 모두가 따로 놀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담지만 가벼워지다 못해 비어가는 미디어의 양태처럼, 잔뜩 모은 건 물론이고 정말 적극적으로 ‘아고라’스러운 공간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지만- 이렇다 할 공론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 좋은 삶>의 전시장 입구. 직접적으로 ‘아고라’를 형상화한 시설이 놓여 있다.

좀 더 전시를 자세히 보고 싶어 한 번 더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애매했다. 대신 북서울미술관의 <뉴스, 리플리에게>를 갔다. 이 전시는 애초에 올해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큰 상관이 없다. 개최 시기도 다르며, 그저 ‘뉴스’를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한 것이 미디어와 연관성을 지닐 뿐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전시의 규모나 참여작의 수는 비교할 수 없어도, <뉴스, 리플리에게>가 ‘미디어시티’ ‘비엔날레’라는 말에 더 어울려 보였다. 미디어를 동시대에 맞게 독해하는 방식이나, 이를 작품으로써 배치하는 방법론이 냉정히 말해 올해의 미디어시티비엔날레보다 결과 구성을 더욱 갖추고 있었다.

기획의 글에서 큐레이터는 크게 세 가지의 층위로 전시를 구성했음을 밝힌다. 뉴스의 유통-소비 구조,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비되는 이미지, 그리고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뉴스를 생성-유통하려는 시도들이다. 이러한 선언대로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TV-온라인 뉴스에서 시작해 1인 인터넷 방송, 구글 스트리트 뷰, 그리고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각양각색의 이미지와 영상을 수집하여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가공되어 제시된다. 기획자에 의해 작품이 큐레이션되기 전에, 이미 창작자에 의해 정보는 1차적으로 매만지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크게는 ‘주류적인 매체’와 ‘인터넷 기반의 매체’로 구분되고, 다시 인터넷 기반의 매체는 네이버나 구글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에 의해 수집된 정보와 아프리카TV, 유튜브, 이외 각종 커뮤니티 플랫폼을 거쳐 생산된 플랫폼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 분류법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 소식이든 남는 것은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정보값을 가지지 못해 텅 비어 있거나, 혐오와 차별의 정서를 투사하거나. (이 두 가지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보조하기도 한다.)

전시장의 초반부에 배치된 작품들은 이러한 양상들을 패러디하는 형태로 재해석한다. 합정지구에서 개최된 <미러의 미러의 미러>에서 공개되었던 작가집단 ‘업체’(eobchae)와 류성실의 합동 작업인 <체리밤>은 아프리카TV에서 자주 보인 ‘여캠’과 ‘종말론’을 말하는 방송을 서로 섞어 거대한 위협적인 사실이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이 모두가 어떤 한 개인의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는 ‘텅 빈’ 상황을 드러낸다. (이 영상은 실제로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되었다. http://afreecatv.com/cherryjang) 치명타는 이와는 약간 결이 다른 방향으로 패러디를 시도한다. 유튜브를 통해서 지금도 공개 중인 <메이크업 대쉬> 시리즈는 실제로 작가 본인이 ‘뷰티 유튜버’들의 화장법 영상을 패러디하여, 페미니즘이나 최저임금을 비롯한 작가의 주장을 전달한다. 실제로 한국 유튜브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영상 편집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연출은 기존의 뷰티 유튜버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면서도 이를 살짝 뒤틀며 이들 영상이 지니는 한계와 뒤틀면서 생기는 또 다른 가능성의 탄생을 엿보게 한다. (해당 작업들은 https://www.facebook.com/makeupdash2017/ 에서 볼 수 있다.)

한 편에 ‘패러디’가 있다면, 다른 한 면에는 ‘아카이빙’이 있다. 지용일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연작은 작가 본인이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제공하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까지의 경로를 재가공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입체적인 평면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마치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상케 하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는 좀처럼 거리의 풍경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있다. 인터넷에서 VR로 제시되는 장면을 2D로 캡처한 뒤 나름대로의 3D로 만들고, 다시 이를 2D 프린트 작업으로 만드는 차원의 이동에서 심미감이나 안정성은 모두 깨졌다. 그러나 애초에 스트리트 뷰의 모습은 제시되는 모습이 ‘안정적’으로 제시되는 것일 뿐, 실제로 이 모습들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방식도 안정적이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저장과 기록의 방법을, 그리고 그 속에서 간단하게 사라지는 프라이버시를 작가는 차원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다은의 <이미지 헌팅>은 이를 에세이 영상의 문법과 겹쳐 미디어 아트로서 제시한다. 작가는 자신이 찍힌 몰카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후 경찰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몰카를 지우려 시도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 순간 작가는 자신의 동의 없이 퍼진 이미지를 넘어, 인터넷에 무수히 널려있고- 구글, 유튜브, 심지어는 ‘티비플’까지 비롯한 플랫폼에 게시되어 있는 이미지를 ‘헌팅’하기 시작한다. 이미 퍼져 나간 영상을 더 이상 주어 담을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는 애사당초 몰카가 아니더라도 여성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상화하는 이미지-영상이 널려 있음을 깨닫는다. 소위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만화적 표현인 ‘아헤가오’ 얼굴을 만드는 강좌 영상부터, 이미지 합성을 통해 타인의 나체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이트까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은 다른 이미지가 되어 버리고, 그 누구도 그 ‘가짜 이미지’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상화된 가짜가 만연하는 풍경을 확인한 작가는 대학로에 열린 몰카 반대 시위에 나가는 것으로 이미지의 재확산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뜻을 내비춘다. 이전에 나왔던 비슷한 부류의 다큐멘터리나 이미지 아트 대다수가 ‘이미 퍼진 개인 정보를 다시 담을 수 없기에, 오히려 나는 적극적으로 퍼트리겠다’는 뜻을 드러냈지만 여성의 신체가 드러나는 것은 쉽게 공개를 결정하기 어려운,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허나 그럼에도 가공된 이미지가 만든 폭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거둬들이거나 새롭게 만들 것인지를 내비추는 시도가 담겼다면 좋지 않았을까.

어떤 작업들은 더욱 적극적인 아카이브를 시도하여 방대한 정보가 가지는 미미한 가치량을 시각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조영각의 <당신이 알아야 할 다른 것에 대해서>는 AI의 이미지 인식 기능으로 다양한 뉴스 영상의 앵커 이미지를 학습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물을 보는 관객의 얼굴을 합성해 그럴 듯한 가상의 앵커 이미지를 만든다. 이주원의 <싸이와 김정은의 연관성>은 ‘싸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 강화를 위해 이용한 이미지’라는 가짜 뉴스를 매우 정교한,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어딘가 어설픈 가상의 뉴스나 경매 화면으로 만들어 제시한다. 이 두 작품들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일반적인 뉴스 영상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이들 이미지가 가지는 정보량은 의도적으로 제거된다. 매일 수많은 국가의 수많은 전파와 광통신을 통해 뉴스가 제작-유통되지만, 이들 상당수가 낭비되거나 버려지는 현실을 두 개의 작품은 인터넷의 밈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장난스럽게 조소한다.

관객이 이런 ‘무의미함’에 점차 지쳐갈 때쯤, 전시는 후반에 이르러 ‘새로운 시도’를 보인다. ‘큐레이션’과 ‘아카이빙’이란 점에선 같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값을 만들어 낸다. (물론 그 정보값은 흔하게 생각하는 뉴스와는 또 다른 층위를 지닌다.) 이미혜의 <국민취향세트 – 2017>은 <킨포크>(Kinfolk) 매거진, 스머그(Smug) 냉장고, 영화 <라라랜드>, 북유럽풍 가구 등 2017-2018년 현재 한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선망하는 물품의 이미지를 인쇄해 얇은 패널에 붙여 세트장으로 만든다. 이렇게 모아 만든 이미지의 질감은 ‘모델하우스’를 연상시키지만, 모델하우스가 결코 보여주지 않는 정보값이 하나 더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모두 갖춘 집은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음을 바로 극명히 보이는 ‘세트의 뒷편’이다. 이리저리 나뒹구는 세트의 잔해, 얄팍하고 불안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지대의 이미지는 ‘취향’이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됨을 단적으로 형상화한다.

한편 김가람의 <The Archive Highlight (4ROSE)>와 런던대학교를 중심으로 건축, 법률, 영화,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연구자들의 작업 그룹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의 <멕시코 아요치나파 사건 : 폭력의 지도>(THE AYOTZINAPA CASE : A Cartography of Violence)는 자체적으로, 또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여 아카이빙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형상화한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김가람은 2014년부터 진행한 4ROSE(http://www.4rose.net/) 프로젝트의 이력을 드러내는 한편,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 매달 한국을 강타한 주요 이슈를 담은 네이버 뉴스의 ‘댓글’을 선정해 음성합성 소프트웨어(TTS, Text To Speech)의 힘을 빌어 읽게 한 뒤, 바탕음으로는 전자 음향이 가미된 재즈톤의 배경음악을 삽입한다. ‘아몰랑’ ‘미투’ 같은 제목에 ‘낚인’ 이들은 애시당초 이 노래에 자극적인 내용이 없음에 항의하고 ‘악플’을 남기지만, 역설적으로 음원 제공 사이트에 남은 이 악플들은 작자의 의도인 ‘댓글 기록’을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쉽게 욕하고 싸우지만, 다시 쉽게 사라지는 댓글을 미술의 방법론으로 기록하는 흥미로운 시도인 셈이다.

이와 달리 포렌식 아키텍처의 작업은 좀 더 본격적인 정보 재구성이자 인포그래픽의 영역에 속한다. 2014년 멕시코 아요치나파의 농촌사범학교 학생들이 교사 임용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지역의 시장, 경찰, 마약 카르텔이 합작해 학생들을 습격해 6명이 숨지고 43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그룹의 ‘포렌식’(forensic, 법의학적인, 수사적인)이라는 뜻대로 당시 시위 현장의 기록과 증언, 그리고 이와 상충되는 경찰-시 정부 측의 증언을 모아 방대한 타임라인 인포그래픽과 3D로 당시의 현장을 재현한 가상의 공간을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해당 작업은  http://www.plataforma-ayotzinapa.org 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크게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꾸준히 다양한 맥락이 얽힌 사건들을 그래픽으로 재현해 인터넷으로 접근케 하는 작업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큐레이터가 섭외한 의도는 이러한 작업이 ‘미디어 아트’의 영역과도 닿을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전시 공간은 작고, 참여한 작품의 수도 무척이나 적음에도 불구하고 <뉴스, 리플리에게>는 도리어 ‘미디어’와 ‘비엔날레’를 붙인 대형 기획 전시보다 미디어의 속성을 이해하고, 동시대의 매체에 접근하는 시도가 더욱 두드러지는 아이러니함을 보인다. 물론 이번 전시에도 이전의 미디어 아트에서 주로 드러나던 ‘니힐리즘’적인 감각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인터넷의 밈을 반복-재현하는 이상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등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미디어시티’와 ‘비엔날레’라는 호명을 선언하면서도 자꾸 분산되고 흩어지며 무의미로 달려가는 전시와 달리, 북서울미술관의 이 전시는 더욱 한정된 예산과 공간에서 미디어의 속성을 짚어내려는 시선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밀도 깊은 흐름을 직조한다. 최근의 한국 정부가 손쉬운 ‘규제’의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엄벌’하려는 가운데, 전시와 미디어 아트의 영역을 통해 가짜와 진짜를 구분짓는 대신 어떠한 시선의 구축이 필요한지를 인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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