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반장_빗나가는 글

2013.06.19 발행


<#. 1 사랑 전에 번쩍하고 빛이 일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수천 년혹은 수억 년 전 모습일 수 있는 밤하늘의 별빛그 빛을 보고픈 내 시야를 며칠 째 뿌연 하늘이 가리고 있다.
태고적 이 지구에 모습은 어떠했을까?
잠시 몸을 이 시공에 두고 의식을 옮겨 보기로 했다.
초자연적인 모습이 이런 것일까지구의 심장박동이 화산으로 분출되어 나오고흙과 물이 서로를 향해 뒤범벅인 세계.
잠시 뒤 지구의 심장은 휴식이라도 맞이하는 듯 안정되어간다동시에 흙과 물이 자기 자리를 찾아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 둘 사이의 열기가 식어가는 와중에 금속의 알갱이들이 무기물인 듯 금빛과 은빛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번쩍거리는 빛줄기가 하늘과 땅을 이으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하늘과 땅의 인연을 맺어 주려하는 청실홍실 명주실처럼 말이다.
내 바로 앞에도 떨어진 번개그리고 들리는 천둥소리가 깜짝 놀라게 한다.
내 몸은 안전한 곳에 있으니동요치 말자!
내 앞에는 수를 헤아리기 힘든지구의 심장 모양을 한 흙무더기가 산재해 있다.
서로를 향해 부둥켜 앉고 울부짖던 흙과 물 그리고 지구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핏줄기라 할 불줄기가 서로 얽히고 설키어 만들어낸 그 흙무더기들 말이다.
어라?
손가락 굵기의 번개를 맞은 흙무더기들이 감전이라도 된양 몸을 파르르 떨었다.
물론 그 떨림은 오래가지 못하고 바로 사라졌다.
어라?
아까보다 더 큰 굉음과 함께 내 몸통 굵기의 번개가 내 시야에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번쩍 하더니흙무더기들을 동요시킨다.
그 동요는 아까의 떨림 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흙무더기들의 움직임이 더 지속된다는 뜻이다.
또한단순한 떨림이 아니다흙무더기들은 마치 나이트클럽의 좀비라도 되는 양 이리저리 움직인다하지만 아무런 경험이 없는 그 동요는 결국 사라지고 흙무더기들은 정지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 동요가 사라질 적에 무언가 아쉬움이 여운으로 남았고왠지 또 있을 법한 동요가 기다려진다.
또 하늘과 땅이 연결되는 장면을 보고 싶다.
그때다!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엔 엄청난 굵기의 빛이 번쩍하고 내리쬔다번개의 굵기가 너무나도 굵어 그 굵기가 마치 이 세상의 굵기 즈음 될 법하며천둥소리 또한 너무 커 아예 들리질 않는다.
그리고 그 연줄과도 같은 번개를 맞은 흙무더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흙무더기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얼마 후 사라질 것이라도 아는 양 발악적인 존재감을 표현한다.
그 움직임의 리듬은 제법 길어서 나름 기승전결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흙무더기 주위가 산만하더니곧 다른 존재를 인지한다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는 흙무더기그리고 번개가 자신들의 몸에 남기고 간그러니까 곧 사라질 자기 안의 생명력을 이미 경험적으로 깨달고 있기에 안타까워한다.
흙무더기들이 짝을 지어 결합을 하기 시작한다다른 흙덩이의 생명령을 흡수해 자신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흙무더기가 있고자신의 생명력을 희생하는 흙무더기가 있다.
그러한 결합은 이어지고 결합의 횟수만큼 생명력이 더 이어지는 존재가 나온다.
하지만 그도 곧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이내 종말이 오겠지!
그러한 것을 그들도 아는 듯 슬퍼한다.
하늘도 눈물을 흘려준다.
저것이었구나!
하늘의 눈물을 맞은 흙무리에서 싹이 트고잎이 돋아나더니꽃을 피운다.
그러한 장면이 여기저기 이어진다.
난 의식의 여행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감정이 날 힘들게 하였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단어 안에는 태고적 모든 감정이 응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