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봄이_시간이라는 위로

2014.03.02 발행

기억
무언가에 의해 다른 무언가를 느끼는 이 연상의 기억법좀 더 친밀한 일상처럼 반복이 된다가벼이 먹는 차의 향과 스쳐가는 버스얼핏 들은 듯한 선율의 음악을 들으면유난이 떠올리게 된다부끄러워 스스로를 자학 하기도 하고후회 아닌 한숨과 시간을 믿게 된다특히 후회 없었던 사랑의 기억도마음을 꾹꾹 구겨 넣어 나를 무찌르는 듯한 아픔과 민망함이 교차하며어린 시절의 철없던 행동거지들을 떠올린다이제는 어떤 것이 사랑이고내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나의 도발한 행동들이 그저 한가로이 지나가는 바람이었는지 되새겨 본다.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_존재의 순간들
 
 그대여,
난 또 미쳐가기 시작하는데
또 다시 그 과정을 이겨낼 자신도 없군요.
헛것이 들리고 정신이 혼미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요
그대가 준 행복은 말로 다할 수 없고
당신이야 말로 내게 가장 소중했으니
무너지는 그대 모습
더 이상 볼 수 없어
나 이렇게 떠나요
꼭 행복하세요
글도 제대로 못쓰는 내 꼴 좀 봐요
그간의 내 삶과 행복을 지켜주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결같은 마음으로 참아내며
모두가 날 떠나도 끝까지 날 지켜준 당신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잖아요
 
 
삶을 회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맞서 싸우면서
내 삶의 의미가 뭔지를 알았죠
마침내 그걸 깨닫고
내 삶을 사랑하게 됐지만
그러나 그 삶은 접을 때가 됐군요.
우리가 함께한 세월
소중한 순간들
영원히 그 사랑과 함께
간직할게요
우리의 시간들도.


이름없는 주드

 열정의 무기를 가진 20대 끝 무렵으로 달려가고 있다몇 년 전만해도 서른이 다되도록 어영부영하는 선배들을 보면한심하다 느꼈다그리고 그 한심한 20대 중반의 지금의 나는예술에 대한 미련과 후회그 시작을 말리지 않았던 주변인들에 대한 미움으로 달래고 있다무엇으로도 위안이 될 수 없지만힘겹게 싸워야 할 앞으로의 많은 시간과 돈 앞에 무너진 이 나약한 자신에 대하여한편으론 예술에 대한 관심은 아직 놓지 않았다는 배알이 꼬인 자부심 같은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20대는 청년이고가장 활발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고열정과 몸이 무기가 될 수 있는 건강한 시기다그래서 그런지 누군가가 지적했던무엇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 나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않았던 날들을 떠올리면화가 나고 부끄럽다.
그저 어른들이 열정이라는 단어로 나를 설득하고일으키고조정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맞다내가 좋아서 일했고예술을 하면서 돈과 연관 짓는 것이 치사했다그렇게 지나친 것들이 있었고여전히 그 어른들은 또 다른 청년을 고용하여 열정이라는 하나의 상술을 하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그때는 그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활동하고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꼈고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나는 이름없는 주드가 되고 싶지 않았었다비록 지금애초의 주드는 아니지만 또 다른 주드를 꿈꾸며열정에 대한 대가가 너무 크다 느끼고 있다스스로를 구렁텅에 빠트린 것 같다그 열정은 무겁지만 가벼워 보였고나약했다그리고 지금 단지 단념으로 딱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마지막

시간이 가고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그래서 참 좋다봄이 되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시 공원을 거니는 나를 상상하고혹여 그 상상이 이뤄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계절이 나를 반기고 있다그래서 변화라는 것도 즐겁고 기대가 되고 설렌다지난 일들이 치사하고 나약하고 어처구니 없어 비난했다지만그러기에 오늘은 더 나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삶에 지쳐열정의 무게가 힘들어 내려 놓으려 했던 이들에게,
어떠한 후회와 자책내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모두시간의 위로를 받기를 바라며,
더 치열하게 싸우고 최선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이어가기를 바라며.
당신이 기억하고 우리들이 기억하고 내가 기억하는 시간을 있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