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_버려진 선물

2015.05.28 발행

버려진 선물

규모가 작고 지저분한 정거장 게시판에 백묵으로 무엇인가 씌어져 있었으나 알 수가 없었다. 화물차 안에 쓸쓸해 보이는 철망 닭장 속의 두 마리 닭, 작업복을 걸친 사나이 서넛 벽에 기대어 껌을 씹으며 시름없이 앉아 있었다.

분명 태어난 곳은 각자 다르지만 키워진 곳이 같았던 그들은 한 노부의 품에 거둬진 순서대로 형과 더 큰 형, 동생과 더 작은 동생으로 서로를 불렀다. 노부가 아니었으면 들개들이 휘젓고 다니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어떻게 되었을지 뻔히 아는 그들은 노부가 어디 아픈 덴 없을까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절기마다 보양식을 챙겨주었다.

돈을 벌기 위해 출가하여 집과 먼 곳에서 살다보니 점점 더 찾아 뵐 기회가 줄어든 게 현실이었다. 오늘은 일이 끝나자마자 석 달만에 찾은 고향이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시골이 도시화되어 고향의 풍경을 잃은 사람들이 늘었지만 그들은 달랐다. 그들의 시골은 옛날 그대로의 정취를 지니고 있었다.

폭이 좁은 길을 구비구비 넘어 곧, 하나 둘 무너질듯 위태롭게 판자가 얹힌 그들의 유일한 집, 그 집에 도착했다.
이젠 이가 다 빠져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노부가 어린 아이마냥 헤벌쭉 웃으며 반가워할 것이다. 그들이 우렁차게 아버지를 불렀다. 우렁찬 목소리는 대답의 부재에 이내 초조해졌고 그 떨림이 집안 곳곳을 누볐다. 그들은 불길한 예감에 느린 발걸음으로 방 문 앞까지 다가갔다. 문고리만 잡으면 되는데 이미 머릿속을 잠식한 장면이 두려워 누구도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그저 서로의 분위기만 힐긋대며 살필 뿐이었다. 그러다 제일 작은 동생과 제일 큰 형의 눈이 마주쳤고, 동생이 형의 눈빛을 읽기도 전에 형이 도망가듯 뛰쳐나갔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남은 동생들도 형을 뒤쫓아 도망쳤다.

화물차를 세워둔 곳까지 뛰어 온 그들은 정거장에 몸을 내려놓았다. 제일 작은 동생은 자신이 본 큰 형의 두 눈과 도망치면서 돌아본 그들의 집과 홀로 남은 노부를 떠올렸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이제 다 끝났어, 그만 돌아가자.”
둘째의 말에 각자 감정을 삭히며 차에 올라탔다. 모두가 차에 타자 둘째는 노부에게 주려고 가져온 닭 두마리가 든 철망을 앉아있던 정거장에 내버려두었고 자신도 곧 차에 올라탔다.

화물차는 바퀴자국도 남지 않도록 뿌연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닭은 좁은 철망 닭장 안에서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걸으며, 어리둥절한 울음으로 울었다. 정거장 뒤켠에서 들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철망에 코를 들이밀며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