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_ 당신의 러브스토리가 러브스토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하여

2013.08.31 발행

Asked a girl what she wanted to be
어떤 아가씨에게 뭐가 되고 싶냐 물었지
She said baby, can’t you see
그녀가 말하길, 자기야 몰랐어?
I wanna be famous, a star on the screen
나 유명해져서 영화배우가 될 거야
But you can do something in between
하지만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줄 수 있어
Yes I’m gonna be a star
그래 난 스타가 될 거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And baby I love you
그리고 자기야, 사랑해

I told a girl that my prospects were good
그녀에게 난 내 전망이 좋다고 말했지
And she said baby, it’s understood
그리고 그녀는 말했어, 알겠어 라고.
Working for peanuts is all very fine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도 괜찮지만
But I can show you a better time
하지만 난 자기에게 더 좋은 세계를 보여줄 수 있어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줄 수 있어
Yes I’m gonna be a star
그래 난 스타가 될 거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And baby I love you
그리고 자기야, 사랑해

Beep beep’m beep beep yeah
빵 빵 빵 빵 예아~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줄 수 있어
Yes I’m gonna be a star
그래, 난 스타가 될 거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And baby I love you
그리고 자기야, 사랑해

I told a girl I can start right away
난 그녀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지
And she said listen babe I got something to say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들어봐 자기야 나 할 말 있어
I got no car and it’s breaking my heart
나 사실 차가 없어, 속상하게도 말야
But I’ve found a driver and that’s a start
그치만 이제 운전사를 찾았으니 이걸로 시작이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줄 수 있어
Yes I’m gonna be a star
그래 난 스타가 될 거야
Baby you can drive my car
자기는 내 차를 운전해
And baby I love you
그리고 자기야, 사랑해

Beep beep’m beep beep yeah
빵 빵 빵 빵 예아~
Beep beep’m beep beep yeah
빵 빵 빵 빵 예아~
Beep beep’m beep beep yeah
빵 빵 빵 빵 예아~
Beep beep’m beep beep yeah
빵 빵 빵 빵 예아~

–  Beatles, Drive My Car

비틀즈의 Drive my Car가 1965년도에 라디오 차트를 석권했으니 2013년이면 그로부터 근 반세기 가량이 지났다. 그로부터 달라진 것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남녀간의 연애방식만큼 크게 달라진 것도 없을 테다.
6?7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男女간의 연애는,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求愛)를 하는 형태로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남자의 제안, 그리고 뒤따르는 여자의 승낙으로 연애는 시작된 것이다. 대개 일방적인 시작이었던 만큼 구애의 세월도 길다. “너희 아빠, 엄마 오랫동안 쫓아다녔다”와 같은 말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게 되는 부모님들 시대 전설이다. 여자의 끈질긴 “No” 에도 불구, 일단 구애에 성공한 남자는 그 후로도 끊임없이 열심을 다한다.

CD-1
1-Love Me Do
2-Please Please Me
3-From Me To You
4-She Loves You
5-I Want To Hold Your Hand
6-All My Loving
7-Can’t Buy Me Love
8-A Hard Day’s Night
9-And I Love Her
10-Eight Days a Week
11-I Feel Fine
12-Ticket To Ride
13-Yesterday

비틀즈의 싱글과 정규앨범을 망라해 주요한 곡을 선곡한 [레드 앨범(The Beatles/1962-1966) DISC1]에 수록된 몇 개의 제목들로 표현해보자면, 6?70년대 연애의 과정은 이렇다.



1. 구애기 : “Love me Do”(나를 사랑해줘) / “Eight Days a Week”(난 일주일에 여드레를 널 생각해) / “I Want to Hold Your Hand”(네 손을 잡고 싶어)

2. 연애기 : “Can’t Buy Me Love”(돈으로 사랑을 살 순 없지) / “All my Loving”(내 모든 사랑을 너에게) / “From Me to You”(나의 사랑을 너에게로)/

3. 결혼기 : “A Hard Days’ Night”(‘힘든 하루도 네가 있어 피곤하지 않아’란 내용의 노래) / “I Feel Fine”(‘그녀가 내 것이라서, 그리고 그녀가 날 사랑해서 행복해’라는 내용의 노래)

2분 30초가 채 되지 않는 노래들의 톤은 한없이 밝고 명랑하다. 구애의 과정은 즐겁고 사랑의 시작은 달콤하다. 비틀즈가 경험해 보지도 않은 6?70년대의 향수(?)를 자아내는 것인지, 이 시절 젊은이들이 요즘 사람들과 달랐던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요즘 우리네 젊은이들의 연애가 이때와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는, 그리고 조금 더 ‘계약적’으로 변한 것 같다는 인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민법에 관한 정통한 주석서인 ‘민법강의, 지원림 저’에는 계약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않은 채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데, 이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수단이 계약이다. … 계약자유는 구체적으로 계약 자체를 맺을 것인지 여부에 관한 계약 체결의 자유, 누구와의 사이에 계약을 맺을 것인가에 관한 상대방 선택의 자유,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맺을 것인지에 관한 내용결정의 자유 및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을 것인가에 관한 방식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일단 이런식의 서술인데, ‘계약’앞에 ‘연애’만 덧붙여보면 연애란 다음과 같다.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사회에서 그 누구도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않은 채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데, 이러한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연애계약이다. … 연애계약자유는 구체적으로 연애계약 자체를 맺을 것인지 여부에 관한 연애계약 체결의 자유, 누구와의 사이에연애계약을 맺을 것인가에 관한 상대방 선택의 자유, 어떠한 내용으로 연애계약을 맺을 것인지에 관한 내용결정의 자유 및 어떠한 방식으로 연애계약을 맺을 것인가에 관한 방식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아는 연애란 어찌 보면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계약에, 연애’자만 붙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상대방과 나는 연애계약 체결의 자유권 아래,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음을 최대한당당하고 멋진바디랭귀지를 통해 피차 확인한다(시킨다). 어떠한 연애를 할지에 대한 연애내용 결정 또한 세련된사전 합의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는 것쯤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전합의를 암묵적으로 거친다. 그렇다면 연애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계약과 다를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연애를 계약의 일종으로 파악하자면, 연애과정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가장 합리적인 이성의 결과물인, 그리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은 ‘공정한’ 법의 논리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래는 위에서 언급한 ‘민법강의’라는 법주석서를 발췌하여 필요한 경우 ‘연애’만 앞에 덧붙여 서술할 것임을 밝히며,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임을 통해 이 시대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또한 사실적인 연애의 법칙을 몇 가지만 정립해 보고자 한다. (연애는 달콤한 것이어야 마땅하니 핑크색으로 덧붙이도록 한다.)

[교환계약]

“… 이러한 교환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연애계약당사자들의 사적 주도에 의하여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즉 연애계약당사자들의 이익이 서로 대립하며 일방의 이익은 타방의 손해를 의미하므로, 각 당사자가 자기는 가능한 한 적게 급부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급부를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당사자 쌍방은 급부와 반대급부의 교환에 대한 합의에 의하여 각자의 이기적 동기의 일부를 포기하게 된다. 교섭(交涉), 즉 연애계약에서 상호적인 영향과 합의는 원칙적으로 일방적인 결과를 피하게 하고 정당한 결과(즉 공정한 연애)를 이끌어내게 된다.”

[과실책임의 원칙]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여 주는 과실책임의 원칙도 사적자치의 한 내용인 자기책임의 원칙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즉 어떤 원하지 않는 불이익(손해)( -> 연애에 수반하는 상처 )을 입은 자는 원칙적으로 그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지만, 그 손해가 다른 사람의 행위로 인한 것이고 또한 그것이 행위자의 일정한 정신작용( 히스테리 혹은 과거연애, 과거상처 )에 기한 것인 경우에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함으로써 손해를 원인행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 행위의 결과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결과가 자기의 일정한 정신작용에 기한 것이 아니라면 그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내잘못이 아닌데도 나의 연인이 괜한 상처를 받았다면 나는 배상책임이 없다 ) 이러한 원칙을 과실책임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책임귀속의 근거가 되는 행위자의 일정한 정신작용을 귀책사유라고 하는데, 귀책사유로는 자기 행위가 타인의 법익침해라는 위법한 결과( 즉 나의 잘못으로 인해 나의 연인이 상처를 받을 것임 )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였거나 그것을 알면서도 감히 이를 하는 고의와 행위를 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결과를 인식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과실이 있다. 요컨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원칙적으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위법하게 가한 손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이것은 약과다. 이런식으로 가자면 연애를 계약의 형식으로 끝도 없이 서술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연애는 계약이 아니다. 일단 연애戀愛란애석하게도 전문용어로, 법률관계가 아닌 ‘호의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의 문제도 낳지 않는다. 사랑의 피해자인 당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마땅한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근대 학문의 세례를 받은 우리의 똑똑한 뇌는 연애는 계약과 다름 없다 말하고 있는데, 계약이어야 마땅할 연애라는 것이 이토록 부당한 결과만을 낳다니 뭐 이런 불합리한 것이 다 있단 말인가.

에릭 시갈의 낭만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전 ‘러브 스토리(Love Story, 1970)’의 두 주인공은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지 않는거야’라 속삭였다지만 우리네 연애는 미안할 것도 많고 마땅히 받아야할 사과도 많다. 하지만 60년대나, 70년대나, 2010년대나, 그것이 환상이건 그것이 기성세대의 유물이건, 혹은 그것이 가부장적 제도의 폐습이라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비틀즈의 낭만과 러브 스토리의 아름다움에 동감한다. 당신의 러브 스토리는 왜 끝내 러브스토리로 남지 못하는가. 당신은 어느새 연애를 계약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안다. 연애는 부당하다. 공정하지도 않다. 나의 희생이 그의, 혹은 그녀의 희생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I told a girl I can start right away
난 그녀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지
And she said listen babe I got something to say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들어봐 자기야 나 할 말 있어
I got no car and it’s breaking my heart
나 사실 차가 없어, 속상하게도 말야
But I’ve found a driver and that’s a start
그치만 이제 운전사를 찾았으니 이걸로 시작이야

속상하게도 우리는 내 명의의 차도 없는 뚜벅이다. 그래도 날 태워줄 운전사를 찾았다면 이걸로 시작이다. 이정도면,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