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 분들과의 인터뷰

2014.02.19 발행

필자는 2014년 1월 27일 혜화동에 위치한 ‘학림’카페에서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 관계자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는 1시간 동안 이번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 폐과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참고로 ‘조형관 505호’는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 학생들이 졸업반이 되면 졸업 작품을 만드는 공간으로써 ‘505’는 조형회화과 학생들을 말합니다.

505: 저희가 속상한 것이 많았어요. 제일 먼저 나서서 우리를 도와 주셔야 할 분들이 전임교수들이잖아요. 그런데 이분들도 말로는 “도와야지. 도와야지. 안타깝지”하면서도 특별히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태림: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까요.

505: 그렇죠. 학교의 녹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라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학교 측이랑 이야기했을 때도 돌아온 이야기가. “도대체 뭐가 문제냐? 너희 다 졸업시켜주고, 군대 다녀온 학생들 다시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다 봐주고. 장학금도 다 줄 때 줄 것이고. 그런데 뭐가 문제냐.” 이러는 거죠. 학교 측이 회화과의 특성을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아요. 회화과에 있어서 선후배 간의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또, 학교에서 통계를 내요. 이 과가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지, 지금 정원에서 중도탈락 인원을 얼마나 되고, 취업률은 얼마나 되는지 같은 지표를 통해서요. 그래서 순위를 정한 다음 가장 하위권에 있는 과를 매년 폐과를 하는 거죠.

태림: 매년이요?

505: 저희가 알기에는 매년 한 과씩 그렇게 폐과 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태림: 학교가 생기고 나서부터 그랬던 건가요?

505: 저희 학교가 백석대학교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 7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거든요. 저희 회화과의 경우는 폐과조치가 2013 터진 것이고, 디자인과는 전 해에 폐과 되었었고, 또 그 전 해에 아마 비서과가 사라지고.. 이런 식으로..

태림: 과들이 매년 하나씩 사라진 것이네요?

505: 폐과 조치가 내려진 과들에는 아직 졸업하지 못한 소수의 학생들이 남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학교 안에서 폐과 관련 반대 활동을 할 때, 그 분들이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우리 과도 없어졌었다. 우리는 사실 인원이 너무 적어서 학교 측이랑 이야기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도 해주시고 그랬거든요.

태림: 다른 폐과된 과들도 이번에 조형회화과가 폐과될 때처럼, 학교 측과 학생 간의 상호 합의가 누락이 된 상태에서 진행된 것인가요.

505: 네, 대부분이요. 폐과 조치가 내려진 곳 중에 무용과도 있었는데요. 무용과는 생기고 나서 다음 해에 사라졌어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 유일하게 무용과를 졸업한 학생이 있어요. 그 친구는 처음에 학교 측으로부터  폐과 되더라도 졸업 때까지 수업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이후에 학교 측에서 이런 약속들을 무시하니까 그 친구는 너무 암담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약속과는 다르게 무용 연습실을 다 폐쇄한다는 압력도 있었고요.  결국 그 친구는 자기 전공과는 상관없는 성악 쪽으로 대체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저에게 앞으로 졸업할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빨리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과에 학생이 줄어들수록 학교 측에 의견을 개진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5명의 학생이 있을 때 학교 측과 이야기를 하는 것과, 혼자 남아서 학교 측과 예기를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되도록 전 학년이 다 있는 2013년 안에 폐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급하게 움직여서 학교 측에 폐과와 관련해서 저희 뜻을 전달했는데, 학교 측에서는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느냐는 식으로만 이야기하더라고요.

태림: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나요?

505: 아니요. 학교 측에서는 저희에게 폐과가 되고 나서 이렇게 난리 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측에서 대자보 붙인 학생들 다 잡아낸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녔어요. 저는 학교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다니고 있었거든요. 대자보가 나쁜 것이 아니잖아요. 대자보라는 것이 자신들의 의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대자보를 붙이자마자 학교가 뒤집어졌어요. 그래서 학교 측에서 이 대자보 붙인 사람 잡아내려고 하다 보니까 저희한테까지 연락이 왔죠. 그래서 학생처에서 회화과 대표들 오라고 부르더라고요. 그 자리에 불려가서도 굉장히 씁쓸했던 것이…
 그 자리에 있었던 교무처장님이라든지 실장님이라든지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아 너희들 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 너희 힘들 거야. 그런데 이렇게 대자보를 붙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너희 폭력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는 거죠. 학교에서 저희의 대자보가 폭력적이라고 한 이유가 대자보를 만들 때 첫 번째 문장은 붉은색으로 쓰고, 두 번째 문장은 검은색으로 쓴 것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태림: 사실 학교 측에서 아무런 합의도 없이 먼저 학생들에게 폐과를 통보한 것이 폭력인데, 대자보 글씨 색깔 가지고 폭력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네요.

505: 어디 가서 이야기를하더라도 저희가 생각하는 반응이 하나도 아닌 거죠. 저희는 어떤 근거로 폐과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이유도 듣고 싶고, 그래야 할 권리가 있잖아요. 그 질문을 하기 위해서 저희가 밤을 새워가며 관련된 자료라든지, 다른 학교의 사례들도 조사했어요. 그런데 학교 측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저희가 준비했던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지 어른이 아이 달래듯이 대충 넘겨보려는 식의 대화만 이어지더라고요.

태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너희는 우리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학생들이고, 우리는 학생본부에서 일하는 어른들이니. 그냥 우리가 너희를 잘 달래서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생각만 있었던 거네요.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고.

505: 학교 측에서는 계속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하고, 혹은 언제까지 회의를 해보겠다는 식의 이야기만 나오고…
 10월 며칠까지 학교 내부에서 이야기를 좀 더 해볼 것인데, 그 때 너희의 입장을 반영해보고, 그리고 그 때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하다가 결국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죠. 학교 측에서는 시간을 좀 오래 끌면 저희가 지쳐서 그만 둘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학교 측에서는 외부로 말하는 것들과, 내부에서 말하는 것이 너무 이중적이잖아요. 학교의 본심은 “우리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안 팔리는 물건 빼는 거다. 그리고 새로 잘 팔리는 물건을 들여 놓을 것이다.”인데. 외적으로는 괜히 대학 평가가 안 좋게 나왔다고 이야기만 하고…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대학평가 자료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거기에 보면, 등록금을 걷어서 각 학생들에게 얼마만큼 투자가 되고, 산학협력 기관에 얼마나 투자가 되고, 교수들 연구 활동에 얼마나 투자가 되며, 복지가 얼마나 잘 되는지에 관한 것들이 평가지표에 포함되어 있어요. 거기에 취업률이 대학평가에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항상 “너희는 취업을 못 하니 경쟁력이 낮아서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의 궤변을 늘어놓기만 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도 해요. “너희 과가 교수 강의평가를 하면 가장 점수가 낮게 나오는 과야.” 그렇다면 교수들이 더 잘 교육을 해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이지,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태림: 그런 논리면 폐과를 할 것이 아니라 교수를 바꿔야죠.

505: 그렇죠. 이렇게 학교 측에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 것은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학교 측에서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면,  납득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학교 측과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대안도 만들어 나가면 쌍방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고 학교 측에서 이렇게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입장만 보이니까 학생들이 더욱 화가 나는 것이죠. 저희가 폐과 소식을 듣게 된 것은 2013년 8월이었어요. 근데 학교 측에서는 이미 2013년 3월에 폐과 결정을 내렸었더라고요.

태림: 그러니까 2013년 3월에 미대 폐과가 결정이 났고, 이 사실을 학생들이 알게 된 것은 8월이라는 거죠?

505: 그런데 저희는 그 사실도 학교 외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미대입시 입시요강을 보면 가, 나, 다군 다 나오잖아요. 그런데 미술학원들 측에서 입시요강에 백석대학교 조형회화과가 빠져있는 것을 보게 된 거죠. 그래서 미술학원 강사를 나가고 있는 친구들이 저희에게 왜 너희 학교 입시요강에서 빠져 있느냐고 연락이 와서 저희도 그때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이미 외부에 있는 사람들 몇은 저희 과가 폐과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정작 저희들을 그런지도 모르고 손도 못 쓴 상태로 5개월을 보낸 것이죠. 학교 측에서 저희 교수님들에게 폐과와 관련된 이야기 할 때에도 상황이 이러니 여기 필요한 문서들에 서명하라고 하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태림: 교수님이 이에 대해서 항변을 하셨나요?

505: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그런데 저희 쪽 교수님(지도교수님과 전임교수들) 세 분이 학교 측과 맨 처음 회의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교 측에서는 저희 교수님들에게 우리 백석대도 자생력이 있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데, 현재 조형회화과가 경쟁력이 없으니 이에 대한 대안을 조형회화과 자체에서 마련하라고 이야기했더라고요. 그래서 전임교수님들이 대안을 만들고 있었는데, 막상 지도교수님은 이 대안에 대해서 너무 손을 놓고 있으셨던 것 같아요.

태림: 전임교수들 차원에서는 나름 대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막상 지도교수님이 손을 놓고 계셨던 것이군요.

505: 그렇죠. 그래서 전임교수님들이 뭔가 대안을 내놨는데, 지도교수님이 이런 대안은 우리 과 특성에 잘 맞지가 않는다고 하면서 학교 측에 계획서를 올려보내지도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되니까 학교 측에서는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폐과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 측에서는 “우리 학교가 구조조정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들이 있을 것인데, 이런 일을 진행하는 중에 잡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니 교수들이 그런 잡음들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면, 과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교직원으로서의 예우는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교수님들에게 했다고  들었어요. 저희도 인간으로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어땠을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주대 사태처럼 다들 사표 쓰고…그러기에는 우리 교수님들이 너무 심약했던 거죠. 물론 저희도 이해는 가요. 그게 쉽지는 않죠.  그래서 강사교수님들은 수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랬었어요. 그럼 학교에서 강사교수님 들을 부를 것이 아니에요? 그럼 그 때 강사교수님들이 학교본부에 들어가서 “아니 학교가 분위기가 이런데 어떻게 수업을 할 수가 있느냐, 빨리 학교를 정상화시켜주든지 아니면 학과 명칭을 변경해서라도 경쟁력 있는 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면, 우리도 열심히 강의 하겠다.”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더군요. 이런 것처럼 강사교수님들도 화가 나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셨었어요. 강사교수님들이 이런 것도 지도교수가 너무 학교 측 입장만 옹호하고 정작 학생들 입장은 대변해 주지를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저희가 폐과 소식을 듣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총학생회도 찾아가 보고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총학생회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괜히 저희와 연관이 되었다가 자신들의 과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지 매우 소극적이더라고요. 교수님들의 경우도 저희가 도와달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도와줄 것처럼 이야기하셨지만, 결국 해결에는 소극적이셨고요. 상황이 이러니까 이미 졸업한 졸업생들도 굉장히 답답했어요. 막상 졸업은 했는데 후배들이 걱정이되니까… 
 졸업반 후배들도 졸업전시를 해야 하고, 저학년 후배들도 조형회화과 막 들어와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런 폐과사건이 터지면서 의욕이 떨어지고…안 되겠으니까 편입 준비하는 애들도 생기고요. 후배들이 학교에 마음을 둘 수 없게 되는 거죠. 나름 학생들은 해본다고 해봤는데, 교수님들이랑 학생회들은 반응이 없고….그러니까 학생들은 분노를 해도 이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을 조금이라도 표현을 해보고자 대자보도 붙이고 했었던 것인데…
저희가 트위터로 청주대 사건을 보니까 청주대 폐과 관련한 사건은 이외수 같은 유명한 분들이 리트윗해서 퍼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좀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을 했고요. 그런데 저희는 청주대처럼 공론화는 되지 못하고 묻혀버리더라고요. 

태림: 재학생들의 입장은 그렇겠네요. 그러면 학교를 졸업하신 졸업생들은 이번 폐과와 관련된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나요?

505: 저희는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여러모로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과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가슴이 확 막히면서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이제 다음 학번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죠. 과가 사라지니까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졸업하고 나서 그런 일이 터지고 나니까 사회초년생이자 졸업생인 저희가 손을 쓸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저희야 이미 졸업해서 학교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졸업했지만, 후배들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미안하기도 하고, 또 후배들 입장에서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부모님도 “그럴 거면 다른 학교를 갔지.”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부모님도 자식을 어렵게 대학에 보냈는데 폐과가 된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으셨던 거죠. 자식이 하고 싶은 공부 하게 해주려고 4년 동안 비싼 등록금을 감당한 것인데…


제일 큰 피해자는 학생이잖아요. 그런데 학교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그렇고 아무도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요. 더군다나 제가 화가 나는 것은 학교 측에서 폐과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넘긴다는 점이에요. 지도교수님도 왜 그런 행동들을 해서 학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느냐고 뭐라고 하시고 있으니, 학생들이 의욕이 생기겠어요? 저희는 그런 것들이 학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측에서도 너희는 취업을 못 하지 않았느냐고 하고 있어요. 아니 회화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서  대학에 들어온 것이지 취업을 하려고 대학에 들어온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계속 취업률이니, 강의평가가 안 좋다고 하고……
 아니 강의평가가 안 좋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면 안 되죠. 그건 진짜 학생들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인데. 그런 모든 책임들. 너희가 잘못했으니까 폐과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에 대한 것은 정말 공론화가 되어서 다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 측에서 좀 규모가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두 번 하면 취업으로 인정을 해줘요. 그래서 졸업생들 몇 명은 취업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지방에 있는 미술관에서 가능한 한 계속 전시를 했어요. 저희도 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그게 취업의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학교에서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폐과를 막기 위해서 억지로 막 맞춰나가 본 것이죠. 그런데도 결국 폐과가 되고 그러니까 저희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저희가 학교 측과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총학생회에 찾아가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막상 이런 상황에 닥치니까 저희와 같은 입장인 학생회분들도 개입하지 않으려고 소극적이더라고요.

태림: 과를 불문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505: 총학생회는 이런 일은 자기들 일은 아니라는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지금이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총학생회 회의에 처장님들이 오셔서 조형회화과를 언급하시더니 이번 일은 이야기가 다 끝난 것이니 조용히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총학생회 말고 다른 예술학과 학생회분들과 만나면서 도움을 청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이분들도 저희를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그랬다가 자신들에게까지 피해가 올까 봐 도와주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화도 많이 났고, 상처도 너무 많이 받았어요. 물론 요즘 세상이 이렇게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교육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 더욱 폐과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이렇게 쉽게 없어지면 저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많은 분도 계속 이런 좌절과 아픔을 겪게 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좌절과 아픔을 품고 사회에 나온 젊은 세대들이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