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 박불똥 인터뷰

2016년 3월 발행

홍태림박불똥의 포토몽타주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이미지나 제목이 자주 등장한다. <세기말 서울야경>(1985), <사과밭이 있는 들판에서 아담과 이브 간통하다>(1985), <십자가 구두뒷굽>(1985), <구주의 십자가 보혈로 죄 씻음 받기를 원하네>(1985),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1990), <자화상십자가>(1992), <지저스라텍스죄 없는 사람 먼저 돌을 던져라>(1996) 등등대개 부정적인 시각으로 작품에 끌어들인 것 같은데작가의 세계관이라는 큰 틀 안에서 그런 종교적인 요소가 환기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박불똥나는 무신론자다그런데 요즘 매주 성당에 나가서 예비자교리 학습을 받고 있다무신론자가 천주교 세례를 받는다니어불성설이다.하지만 양립불가인 모순관계도 현실에 엄연히 존재한다그런 모순관계를 가장 방대하고 유구하게 작동시키는 시스템이 종교 아닐까 싶다우리나라 개신교특히 대형교회들의 속성과 행태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성전이 곧 복마전이라는 느낌이 든다종교 이데올로기와 분단 이데올로기가 연리지처럼 착종된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독해하고 비판하다 보니 자연히 종교적 기표나 기의가 작품 속에 자주 인용되는 것 같다.


홍태림: <샛빨간 라디오>(1985), <십자가 구두 뒷굽>(1985), <new>(1991), <>(1991)에서 보이듯이 아프리카나 제세계권 국가의 빈곤층 아이들 이미지를 작품에 종종 사용했는데굳이 이런 이미지를 쓴 이유는

박불똥내 사진몽타주 작업은필요한 이미지를 직접 촬영해 쓰는 고비용 방식이 아니라 잡지나 전단지 등 기존의 인쇄물을 재활용하는 저비용 방식이다따라서 재료 사진의 선택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어진 사진들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또 한편으로는자본의 제국주의적 침탈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자면 이미 오래전에 근대화 단계를 벗어난 한국 같은 나라 말고 아직 절대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는 미개발국의 그늘진 구석들이 포착된 사진을 사용하는 게 대비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홍태림: 평론가 반이정이 자신의 블로그에 박불똥은 갤러리 에티켓을 지
키기 바란다는 요지의 《좔》(2011) 전 감상 후기를 남긴 데 대해 고마운 쓴 소리라며 비판을 간단히 수긍했다고 들었다한편또 다른 평자로부터 지켜야 할 선을 넘으면 예술이 아닌 게 되니 주의하라는 충고를 듣고서 까짓거미술이 아니면 어때!” 같은 반감도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동료작가 최진욱은 박불똥의 《퀑(Bang!)(2014) 전 출품작들이 공간 장악에 실패했다는 진단을 내렸던데그렇다면 갤러리 에티켓을 지킨 작품이란 곧 작가가 공간을 장악한 작품과 그 의미가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싶다이와 관련한 견해를 듣고 싶다.

박불똥작가의 작업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세 가지 기본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체화한 주제최적한 표현치밀한 연출나는 그 세 가지 모두 늘 미흡했는데그런데도 하릴없이 전시를 하며 작가로 행세해왔다지리멸렬한 작품 활동은 이제 제발 접고 싶다업그레이드된 작업이 과연 가능할지안타깝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홍태림: 조선일보사가 1988년 제정해 해마다 주최하는 이중섭 미술상이 있다상금이 일천만 원씩이고 이듬해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장장 열흘 동안 수상기념 초대전까지 열어준다역대 수상자 가운데는 이른바 민중미술에 친연성(親緣性)을 보였던 작가도 몇몇 있다예를 들어 손장섭민정기강요배 같은 작가들을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손장섭과 강요배 그리고 민정기는 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구심체인 민미협 조직에서 대표직을 맡거나 그 진영의 간판작가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중미술과 조선일보는 각각의 정치적 이미지가 상호 배척관계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그렇다면 작가의 신념은 예술과 시장 사이의 간극을 조장하는 미술상 시스템에 어떻게 맞서고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그리고 장차 박불똥에게 이와 같은 수상 기회가 온다면 수락할 것인가?

박불똥: 수상 기회가 올 리 없다만일 이변이 벌어진다면그때는 전향적인 태도로 신중히 고민해보겠다. ^ ^

홍태림: 며칠 전 신세계백화점 갤러리 초대전 《Reproductive 오리지널》(1993) 이야기를 나눴을 때 다산적 원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단순한 재제작과는 다른 성질인 듯한데그 개념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박불똥: 서른 초반이던 80년대 말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 화랑으로부터 다달이 생활비를 받았는데그 전속’ 관계가 2년 반 만에 깨지는 바람에 새로운 생계대책을 마련하느라 궁리해낸 게 다산적 원작’(Reproductive Original) 개념이었다타블로의 유일무이한 원작성에 반하여 판화가 그렇듯이 사진몽타주도 복수제작이 가능한 매체다그뿐만 아니라 판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진몽타주 작품은 시시때때로 주문에 따라새로이 개발된 프린트 기술에 따라 가변크기로 재생산되는 게 바람직하며 그 각각의 모든 결과물을 원작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발상을 했다그러니까판형과 판본 사이의 일치된 조응관계를 절대 원칙으로 삼는 판화하곤 달리 다산적확장적 프린트가 사진몽타주 작품의 아주 중요한 특성이라 여겼다.

홍태림: 2014년 출간된 책 『모순 속에서 살아남기』(현실문화)의 한 글에서《힘》(1985)전 탄압을 옹호했던 저명한 미술평론가를 언급했는데 그가 누군지 실명을 밝힐 수 있나?


박불똥김복영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