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신생공간, 휘발하지 않는 것

2017년 1월 12일 발행

2015년의 미술계는 지금보다도 신생공간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던 때였다. 다행히도 2015년 3월에 작가 강정석이 「서울의 인스턴스 던전들」1)(이하 서울 인던)을 시의적절하게 발표하여 기존 미술계의 중심축을 엉겁결에 탈선하여 사방으로 굽이치던 신생공간에 나름의 당대성을 부여했다. 이런 당대성 때문이었는지 서울 인던은 2015년 겨울에 『메타유니버스』2)로 옮겨져 한층 더 견고하게 역사화의 길을 걷기도 했다. 강정석이 서울 인던에서 신생공간을 아이폰 3GS 발매, SNS, 인스턴스 던전(Instance Dungeon), 휘발성 같은 요소로 분석한 것은 전반적으로 예리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인스턴스 던전과 연관된 휘발성이 신생공간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 의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스턴스 던전에 대해서 간단히 되짚어보자. 인스턴스 던전은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시스템이다.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의 월드맵(World map)은 산, 사막, 바다, 도시, 천국, 지옥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한 마을, 필드(Field), 던전(dungeon) 등으로 구성된다. 필드는 던전을 제외한 마을 밖 사냥터를 의미하고 던전은 일반적으로 몬스터와 보물,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연동되는 미궁을 의미한다. 월드맵 안에서 필드와 던전은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월드맵은 현실과 게임을 넘나드는 저렴한 능력주의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수많은 계정으로 인하여 과부하, 통제,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다. 때문에 월드맵은 모든 플레이어가 조건 없이 동등하게 공유하는 곳이 아니라 공유의 가능성만이 점쳐지는 세계다.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의 레벨, 장비, 자금3)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거나 일부 필드와 던전을 독점하고자 하는 플레이어 간의 적대관계, 사냥터를 가득 채운 자동 계정들로 몬스터의 씨가 마르는 것 같은 경우 때문에 플레이어의 경험은 한정된다. 이 같은 과부하와 통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월드맵의 시공간을 일시적으로 빗겨나간 인스턴스 던전이 개발되었다. 인스턴스 던전은 플레이어의 특정한 선택으로 생성된다. 또한 이 던전의 시공간은 플레이어가 공략을 완료하거나 실패할 경우 완전히 휘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월드맵 안에서 일시적으로 자신(들)만의 던전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이 휘발하더라도 그곳에서 취득한 전리품은 월드맵 내의 시장경제와 전투에서 통용된다.4) 당연한 일이다. 인스턴스 던전에서 취득한 전리품이 월드맵 내의 시장경제나 플레이어 간의 경쟁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없다면 친목활동이나 킬타임(kill time)을 하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 어떤 플레이어도 인스턴스 던전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유념하며 휘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3~5명의 파티를 구성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인던 ‘해상전’ 이다. 이 인던은 한 계정당 1일 최대 3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3단계에 걸쳐 등장하는 몬스터 무리를 물리친 후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인던 밖 월드맵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어구로 교환할 수 있는 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강정석은 서울 인던에서 전술한 인스턴스 던전과 신생공간을 시공간과 세계내의 영향력, 외부 맵과의 연결, 취득물이라는 요소로 비교한 표를 농담 삼아라는 단서를 붙이며 제시했다. 여기서 외부 맵과의 연결이라는 항목을 살펴보면 신생공간이 ‘기존 미술계와 연결되어 있으나, 더 유명하고 큰 곳으로 거쳐 가야 하는 하부구조로 작용하는 곳이 아닌 독립된 레이어로 기능한다.’라고 설명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설명은 앞선 도표의 공간 항목에서 신생공간을 ‘전시는 원래 휘발한다.’5)고 설명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휘발성에는 무슨 전시이든지 간에 결국 무의미하다는 냉소가 짙게 깔려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휘발성이 내포한 냉소는 대한민국의 참담한 정치, 경제에 휩쓸리며 늪이 되어버린 미술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질척한 늪이 된 미술계 위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세울 수 없으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늪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헛바퀴를 돌리는 일뿐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휘발성은 뉴페이스, 신진작가, 미래세대로 호명되는 이들 중 일부가 자신들의 손으로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 기존 미술계를 확인 사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같기도 하다.6) 또한 이 휘발성에는 미래가 없으므로 이전 세대처럼 미술에 헌신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녹아든 듯하다.7)그래서 신생공간의 운영자, 작가들은 오로지 곧 휘발해버릴 현재 속에서 잠시나마 동료와 즐거움을 나누는 것에 의미를 두며 딱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최소한의 선까지만 힘을 쓴다. 이런 측면에서 휘발성이 신생공간의 필수요소라면 신생공간의 기획이 기존 미술계와 독립된 레이어로 기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2015 두산연강예술상 시상식 사진이다.왼쪽부터 유목연, 이자람, 박용현 이사장, 오민, 강정석.

그런데 신생공간에서의 기획이 완벽하게 휘발하는 것이라면 작가는 신생공간에서 전시를 열어봤자 손에 넣을 가치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여기서 가치는 신생공간에서의 활동이 종종 작가가 기존 미술계로 진입하는 경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생공간에서 여는 전시는 그곳에서 반드시 휘발하므로 더 유명하고 큰 곳으로 거쳐 가기 위한 경력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강정석은 서울 인던에서 신생공간이 기존 미술계와 단지 장르로 연결만 되어있고 서로가 독립되어 있으며 더 알려진 어딘가로 건너가기 위한 가교역할과 거리가 멀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생공간의 활동은 전부 휘발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신생공간에서의 전시를 자신의 이력서에 쓰지 않는 작가는 얼마나 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생공간 관리자, 작가는 신생공간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이들 중 일부는 신생공간의 휘발성을 뒤로하고 기존 미술계에 발을 들인다. 2015년 7월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뉴 스킨: 본뜨고 연결하기》의 도록을 살펴보자. 이 전시에는 신생공간을 운영하거나 그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가진 강정석, 김영수, 김희천이 참여했다. 도록 말미에 있는 각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들은 자신의 이력에 신생공간이라 호명된 공간과 관련된 전시나 프로젝트의 참여, 기획자임을 명기했다. 예를 들어 지금여기, 교역소, 본격 오픈베타공간 반지하 B½F, 《굿-즈》(2015) 같은 곳에서 열린 전시나 기획이 기존 미술계에서 이력으로 통용되는 것이다. 굳이 《뉴 스킨: 본뜨고 연결하기》 도록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가 신생공간에서의 활동을 자신의 이력서에 써넣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생공간과 관련된 이력은 전시뿐만 아니라 기업이 주는 미술상에도 영향을 준다. 신생공간의 휘발성을 강조한 강정석은 2015년에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았다. 강정석을 두산연강예술상8)의 수상자로 선정한 심사위원 김성원, 임근준, 조선령의 총평에는 “강정석은 청년미술인들 콜렉티브와 신종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호응을 받았다.”9)라고 적혀있다. 이 심사평은 애석하게도 이미 휘발되었어야 할 신생공간에서의 활동을 기존 미술계에 안으로 끌어와 박제시켜 버린 것이다. 이처럼 신생공간에서의 활동은 휘발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기존 미술계로 진입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인스턴스 던전이 휘발하더라도 플레이어가 그곳에서 취득한 희귀 전리품은 월드맵 내에서 가치 있게 통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신생공간의 흐름이 휘발성과 무관히 흐르는 것은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서울바벨》(2016)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바벨》은 신생공간과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자생적 활동에 주목한 전시다. 2016년 12월 미술세계 특집을 위해서 마련된 토론회에서 기고자 운영자 임다운과 합정지구 운영자 이제는 서울시립미술관 측으로부터 《서울바벨》 참여 제의가 전시 개막을 한 달 반 남겨 둔 상태에서 왔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신생공간 운영자인 이들이 《서울바벨》에 참여한 공통된 동기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과 함께한 작가를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덧붙여서 임다운은 기고자 측의 작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했다는 사실을 이력에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싶었다고 진솔하게 말하기도 했다.

2015년 가을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열린 《굿-즈》도 신생공간의 휘발성과 관련해서 참고할 점이 있다. 《굿-즈》는 타임라인 상에 흩어져 있던 신생공간을 순간적으로 링크한 청년 미술생산자 장터다. 이 장터가 끝난 후에 《(故)굿-즈》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굿-즈》는 앞서 이야기해온 휘발성과 관련해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故)굿-즈》기획진 중 한 명이었던 권순우가 올해 ‘오픈베타 굿즈’라는 프로젝트로 두 곳에서 기금을 받은 것이다. ‘오픈베타 굿즈’는 2016년 5월 청년허브의 청년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2016년 6월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청년작가 아트페어 지원을 위해서 마련한 사업인 ‘2016년 우리동네 아트페어’에 선정되었다. 어차피 굿즈(Goods)는 대중문화에서 특정 인물이나 작품을 원천으로 파생된 컵이나 가방 같은 상품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권순우가 《굿-즈》와 오픈베타공간 반지하 B½F를 차용한 듯한 ‘오픈베타 굿즈’라는 명칭을 쓴다고 하더라도 《굿-즈》를 1:1로 복사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업명도 어느새 ‘오픈베타 굿즈’에서 ‘취미가’10)로 바뀌었다. 사실 ‘오픈베타 굿즈’이든 ‘취미가’이든 사업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권순우는 청년활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인 2016년 8월에 청년허브가 주최한 ‘문화기획자 이래도 할래?’에 강연자로 참석하여 《굿-즈》에 대한 사례발표를 하기도 했다. 여기서 권순우는 《굿-즈》가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으나 그에 따른 반작용들11) 때문에 기획진이 이후로 다음 《굿-즈》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그럼에도 굿-즈라는 개념을 빌어서 지속 가능한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12) 우리는 이 대목에서 ‘오픈베타 굿즈’에서 ‘취미가’로 이어지는 사업이 《굿-즈》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휘발성보다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굿-즈》를 휘발성과 연결 짓는 것이 가능하다면 《굿-즈》는 행사가 끝나고 몽땅 휘발하며 《(故)굿-즈》가 된 것이 아니라 권순우처럼 휘발성에 매몰되지 않고 어떤 가능성을 일궈보려는 미래를 유산으로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측면만 고려해 봐도 신생공간을 휘발성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신생공간이 보여준 궤적을 돌이켜보면 신생공간은 태동기에 기존 미술계의 중심축을 이탈해 독립적인 레이어를 만들며 중심과 주변의 위치감각을 만들던 여러 가치에 위협을 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생공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대기간 만료와 함께 사라지거나 앞 세대가 구축한 미술제도에 이따금 엑세스(access)하는 열쇠가 되었다. 신생공간이 빠르게 탈선을 멈춘 것은 윤원화의 지적13)처럼 신생공간을 어떻게 제도로 회수할 것인가를 골몰해온 기존 미술계의 손짓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2015년에 급작스럽게 연달아 발견된 신생공간의 불명료한 약진은 《굿-즈》를 정점으로 급격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는 신생공간의 불명료한 약진이 무엇과 어떻게 관련이 있었는지 계속 이야기해나갈 필요가 있다. 어쩌면 10년, 20년이 지나야 지금보다 더 객관적인 차원에서 신생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존 미술계에 상징적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분명 신생공간은 매우 중요한 현상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질문에 꾸준히 답신을 보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답신들 속에 늪 위에서 그저 헛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넘어설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1) 강정석 작가는 2015년 3월 교역소에서 열린 미술생산자모임 2차 토론회에서 이 글을 발표했다. 글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강정석, 「서울의 인스턴스 던전들」, 『미술생산자모임 2차 자료집』, 미술생산자모임, 2015, PP. 182-195
2) 유능사(안대웅, 최정윤)가 커먼센터에서 기획한 《청춘과 잉여》(2014)전에 대한 파생 단행본이다. 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 단행본에 참여한 글쓴이는 강정석, 김영글, 남웅, 바이홍, 안대웅, 윤율리, 이슬비, 이승효, 임경용이다.
3) 게임 속 가상화폐 혹은 게임 속 가상화폐와 연동되는 게임 밖 실제 세계의 화폐를 포함한다. 요즘 온라인 게임은 게임 속 가상화폐나 아이템을 공식, 비공식 루트를 이용해 실제 세계의 화폐로 살 수 있다.
4) 인스턴스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계정귀속 아이템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플레이어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계정귀속 아이템은 기존 시장경제와 상관이 없지만 월드맵에서 이뤄지는 타 플레이어와의 전투나 사냥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5) 『메타유니버스』에서는 ‘원래’라는 말이 빠지고 ‘전시가 휘발한다.’로 바뀌었다. 여기서 ‘원래’가 빠진 것은 강정석이 서울 인던을 처음 쓸 당시에 신생공간의 전시뿐만 아니라 기존 미술계의 전시도 휘발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원래’는 신생공간이든 기존 미술계이든 모든 전시는 휘발하므로 무의미하다는 냉소를 함의한 것 같다. 그런데 『메타유니버스』로 옮겨진 서울 인던에서 ‘원래’가 빠진 것이 편집자의 의지인지 강정석의 의지인지 모르겠으나 휘발성을 신생공간만의 속성으로 한정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6) 물론 무의미한 미술제도의 공회전을 좀 더 유의미한 차원으로 끌어올리자는 함의도 있겠지만, 그런 미래지향적인 맥락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7) 대부분의 신생공간 운영자는 공간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갈 강박을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역할을 공간관리와 sns 홍보로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8) 미술부분은 수상자 3명에게 각 1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이 외에도 두산은 두산갤러리 서울/뉴욕 전시,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아티스트 프로모션 및 매니저먼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9) http://www.doosanartcenter.com/award/winner_view.asp?idx=29&awardYear=2015
10) 이미 ‘취미가’는 이미 westwarehouse에서 열린 김웅현의 개인전 《헬보바인과 포니》(2016) 2부에서 굿즈제작/기획 활동을 시작했다.
11) 다양한 신생공간이 모여 작품의 파생물과 비물질적인 것들을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했던 《굿-즈》의 형식은 시장의 선순환―그렇다고 미술시장이 선순환을 만드는 영역은 아니다. 오히려 개판만 만들고 있지―을 벗어난 행사였기에 기본적으로 공회전일 수밖에 없는 행사였다. 여러 의미로 공회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던 《굿-즈》에는 자연스러운 패배의 향기가 맴돌았다. 수개월을 준비한 《굿-즈》가 관객이 5천 명 넘게 오고 1억이 넘는 총수익을 냈지만 총수익과 판매에 참여한 작가 수를 나눠보면 그렇게 많은 수익을 낸 것도 아니다. 게다가 기획에 참여한 기획진과 작가에게 지원금도 충분하지 않았다.
12) 2016년 청년허브 열린강연X웁쓰양&권순우 『문화기획자 이래도 할래?』 속기록 p.11 참고.
13) 윤원화,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워크룸, 2016, p.27 참고

* 이 글은 월간 미술세계 2016년 12월호 특집 ‘신생공간 그 너머/다음의 이야기’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