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종_중독과 탄압, 그리고 멸종 – 게임중독법에서 보는 문화콘텐츠의 정치도구화와 멸종

2013.11.20 발행

게임중독법의 요지는 간단하다. 게임을 마약 및 술과 동일하게 중독물로 놓고, 중독물 위원회의 관리 하에 중독치료 프로그램 및 중독요소에 대한 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1) 그리고 게임 업계로부터 매출의 1%를 징수하여 이를 중독물위원회의 운영비로 사용 하겠다는 것. 여기에 유저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이전의 셧다운제2), 쿨링오프제 도입설, 등의 게임 규제에 대한 쌓였던 분노가 여기서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몰이해와, 2차 창작물3) 을 근거로 게임을 비판한 국정감사 등이 논란이 되어 해당 법에 대한 반대 여론은 확산중이다. 그렇지만 법안을 제기한 사람들의 뜻은 확고부동해 보인다.

여기에는 게임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지지 여론을 강력하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예부터 돈이 안되는 서브 컬쳐에 대해 죄악이라고 생각하리만치 증오심을 품어 왔는데 이는 서브컬쳐들이 돈이 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엽기 살인을 저지른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폭력적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떠들어 댔고, 그 때마다 게임은 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했다. 정작 범인이 게임을 해서 폭력적이 된건지, 원래 폭력적인 사람이 게임을 한 건지 어느쪽이 옳은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인과관계가 없다. 게임 중독과 폭력성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주장하는 ‘폭력성’은 사실 제대로 입증된 것이 없으며, 게임을 하면 우울증, ADHD등의 정신질환이 생긴다는 주장도, 게임과 정신질환의 직접적인 연결관계를 밝히지는 못했다. (ADHD인 청소년이 유일하게 집중하는게 게임이라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원래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아무 여과 없이 믿어버린다. 본인들이 믿고싶은 정보를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 별다른 고민없이 ‘악’으로 치부해 버린다. 물론 게임에 빠져서 가족과 대화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는 자녀를 보면 답답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편견일 뿐이다. 게임을 통해 인간관계의 교류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으며,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중에는 가족과의 관계 단절 및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입안자들의 주장은 게임을 없애는 법이 아닌, 게임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게임업계 매출의 1%징수이다. 매출액의 1%는 적은 돈이 아니다. 어느 기업이던 수익의 1%를 징수하면 흑자가 적자가 될 수 있는 돈이다. 중소 게임회사 및 모바일 열풍으로 창업한지 얼마 안 된 모바일 게임 업체들에게는 혹독하기 까지 할 수 있는 돈이다.1) 게임은 생각보다 인력과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이다. 저런 징수금을 견딜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게임을 만드는 제작사를 말려 죽이는 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게임을 이렇게 규제하고 게임사들이 줄도산을 하거나 해외 이전을 한다 해도. 게임 유저가 없어지거나 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음주법은 술을 없애기는커녕 밀주시장이 활성화되고 밀주 거래를 통해 마피아의 세력이 엄청나게 커져 결국 폐지되었으며 지금도 가장 실패한 법안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한번 한 콘텐츠에 맛들인 유저들은 그 콘텐츠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생활 여건 때문에 빈도수가 줄기는 해도 말이다.4) 도리어 국산게임대신 외국 게임을 하거나, 이윤률을 높이기 위해 게임개발사들이 게임의 사행성을 극대화 시킬 확률이 높다.

만화 시장을 잠시 짚고 넘어 가보자. 90년도에만 해도 인기 있는 국산만화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전의 만화가들은 나름의 한국적인 만화색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만화는 정권의 문화탄압 정책5)과 악질적인 업체, 대본소, 대여점, 총판 체제로 인해 점차 힘을 잃어 갔다. 이런 문화탄압은 군사정권기에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자주 시행되었으나, 이런 행태가 비단 군사정권기에만 있던것이 아니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던 90년대에도 문학계에서는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외설논쟁 및 형사처벌이 있었고, 94년도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논쟁이 있었다. 97년에는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 외설공방7)과, 재판까지 있었을 정도로 문화 매체는 항상 사회적의 부정적인 인식하에 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2012년도에 학교 폭력이 이슈화 되던 때에도 방통위에서 웹툰에 대해 심의를 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2000년대 이후 아니 1,2년 전에도 이런 말도 안되는 사회적 시각은 여전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과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나는개’는 방송금지곡이다. ‘나는개’는 당시 가카를 까던 노래였고, 졸업은 부정적인 가사로 청년들에게 그릇된 사회상을 심어주기 때문 이라는게 이유였다. 물론 여기에는 각종 등급위원회들의 등급 장사질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인 시각과 만화에 대한 탄압은 표현의 자유를 앗아 갔으며, 대여점 체제는 만화 판매고 자체의 축소와 더불어 만화가가 대여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극적인 만화만 그리도록 강요하는 계기도 되었다.6) 결국 이런 물질적 저하와 질적 저하의 악화 속에서 한국 출판만화는 일본 만화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현재와 같은 일련의 게임 규제는 한국의 게임을 한국 만화와 같은 꼴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미 한국 게임은 해외 게임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고, 도리어 밀리는 추세이다. 우선 패키지 시장은 불법 복제로 인해 멸종 된지 오래이며, 콘솔 시장은 애초에 없던 시장이었다. 그나마 한 때 우리나라를 게임강국이라 불렀던 것은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이것도 게임사의 등치기식 과금구조, 그에 따른 게임 밸런스 붕괴 등을 통해 게임 유저들의 신뢰도를 잃은 지가 오래된 상태였다.8) 이에 유저들은 밸런스가 비교적 잘 잡히고 퀄리티가 더 좋은 외국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PC방의 게임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해외게임(그것도 LOL이다 League of Legend…)이며 2000년대 초반처럼 피씨방에서 다양한 국산 아케이드 게임을 하던 모습은 보기 힘들게 되었다. 아이온, 마영전(마비노기영웅전)등의 대형 RPG게임도 골수 유저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쉽지 않게 되었다. 이미 국내 게임 유저들이 국내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 이 상황에서 게임사들에 대한 지속 규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약화된다면 만화 시장과 마찬가지로 게임 시장의 축만 해외게임으로 옮겨가는 결과밖에는 낳지 않을 것이다. 게임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경우 과몰입을 통한 생활 리듬의 붕괴와, 삶의 밸런스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국내 사행성 시장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넷 도박 게임 또한 큰 문제이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자율규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9) 국내 게임업계의 문제 역시도 공정거래와, 안정된 수익원 형성, 이를 위한 저작권 보호 제도의 강화, 게임 외의 취미여건 조성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예전 정권에서는 문화를 정치적인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 해 왔다. 때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죄악시 하고, 때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하여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중독 논의가 나온 게임도, 한 때는 게임강국, IT강국 코리아의 기치 아래 정부의 비호를 받던 분야였다.

지금 한류열풍 아래 많은 관심을 보이는 대중음악은 소위 ‘딴따라’라고 불리며, 만화 이상의 규제를 받아왔던 분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세태와 유행에 따라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문화는 사회악이 되거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애니메이션은 이런 정권의 수단화로 인해 잠시 부각 받고는 사그러지고 말았다. 10)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를 못 만드는가?” 라고 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을 천명하던 전임 대통령의 말과 현재의 게임계의 상태를 생각해 보면 애니메이션계의 흥망성쇠 과정과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하다.

시대가 변했지만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브컬쳐에 대한 배척과, 그 배척심리를 통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정권 사이에서 서브컬쳐는 자활 기반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잃어가게 될 것이다. 단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사회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절망할 것이다. 정치적 논의가 사회의 모든 논의를 압도하는 현재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한류의 전성기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1) 현재 신규 중독법에는 “게임 및 미디어 매체물” 이라고 명기되어 있고 그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이 실제로 실행되면 사실 중독물위원회의 해석하기에 따라 징수대상이 엿장수 맘대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석을 넓히면 카카오톡도 징수대상이 된다. 도저히 공정하다고 믿을수가 없는 것, 뻘짓해서 재원 떨어지면 괴상한 명목을 들어 징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아마 영등위, 게등위 만큼이나 무소불위의 조폭집단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2) 셧 다운제는 시작할 때부터 유저들의 불만이었고, 특히 아래 링크의 사건으로 인해 셧다운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48693 참조.

3)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65922 공식 일러스트도 아닌 팬들의 2차 창작물을 근거로 비판을 가하는건, 비판만을 위해 자료를 악질적으로 수집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문제, 국정감사 일러스트 중에 공식 일러는 하나도 없다. 전부 팬들의 2차 창작.

4) 대부분 콘텐츠를 즐기던 유저의 콘텐츠향유 빈도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가정과, 취업 등의 이유인데 대신 경제력이 풍족해져서 콘텐츠 구매력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어쨌든 콘텐츠 향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사실 더 좋은 고객이다.

5) http://m.enha.kr/wiki/%EB%A7%8C%ED%99%94%20%EA%B2%80%EC%97%B4%EC%A0%9C

6) 이게 악명높은 대여점의 반품 시스템인데, 대여점은 만화를 1주일여간 들여놓고 팔리지 않는 만화를 총판에 반품해 버린다. 따라서 대여점이 주시장이 된 만화계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1권의 내용이 매우 흥미있고 자극적이며 특히 표지에서 매우 흥미를 끌만한 만화를 그려내야만 했다. 당연히 스토리, 작화가 작가의 자유도를 죽이고, 흥미유도의 패턴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이미 앞서있던 일본의 만화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의 만화들은 정체성을 잃고 일본만화를 어설프게 모방하다가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7) http://m.enha.kr/wiki/%EC%B2%9C%EA%B5%AD%EC%9D%98%20%EC%8B%A0%ED%99%94#s-3 의 ‘논란’ 부분 참조.

8) 온라인 게임 과금구조의 문제는 유저들이 게임을 “무료콘텐츠로”로 전제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분도 있다. 국내유저들은 대체로 게임콘텐츠를 돈 주고 이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료로 오픈할수 없다. 국내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외한 사전정액제 게임이 살아남은 케이스는 많지 않다. 또한 정액제를 하더라도 피씨방 프리미엄을 도입해 피씨방에서는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게임 개발사들이 수익을 올리려면 게임 자체는 무료로 돌리는 대신에 캐시템을 사기적인 능력치로 만들어 캐시템을 사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게임 초반에는 무료게임이다가, 골수유저가 늘어나면 캐시템들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는 당연히 게임 밸런스 붕괴를 가져오게 되고, 게임 자체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이 때문에 게임사들이 유저들의 신뢰를 잃었음은 물론이고 과금제가 훨씬 공정한 해외 게임에 몰리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게임의 밸런스를 깨지 않고도 스킨, 한정적인 성능의 캐시템 등의 더 진보적인 과금제를 들고 나오는 해외게임들의 케이스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졌다.

9)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111312061604554 게임자율규제에 대한 기사. 아시아경제, “게임규제, 미국? 유럽? 일본은 어떻게 하나?” 2013.11.13일자 기사.

10) 애들이나 보던 것, 그리고 90년대에는 폭력, 선정성으로 지탄받던 만화영화는 90년대말, 2000년대 초 재패니메이션의 성공에 자극받은 언론과, 정부에 힘입어 순식간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둔갑했으며 투자 및 제작열풍이 일시적으로 불었었다. 그러나 기초부터 밟지 않고 무리하게 일본 수준을 따라가려 한 결과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좌초 되었고, 애니메이션 거품이 빠진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은 3D애니메이션 아니면 하청 전문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대개 정부의 콘텐즈 투자지원 콘텐츠 개발에 투자하기 보다는 기반이 되는 인프라 확장 투자만을 벌이기 때문에 외양만 화려해지고 지속성이 없어 결국 예산지원이 없어지면 사그러드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건물을 지어주고 제작비를 주고, 상영 기회를 주면 뭐해. 캐릭터를 연구하고, 작화를 연구하고, 콘티를 연구하게 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