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음지화된 미술시장은 과연 자정(自淨) 가능한가?

2018년 2월 5일 발행

홍태림(미술비평, 크리틱-칼 발행인)

천경자의 <미인도> 위작 논란, 이중섭, 박수근 미공개작 2,800여점에 대한 대법원의 위작판결1), 이우환 위작 시비, 오리온 그룹의 회장 담철곤과 부회장 이화경이 오리온 연수원 소유로 있던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Triple Tier Flat-sufaced Table>을 위작으로 바꿔치기해 자택으로 빼돌려 횡령을 시도한 혐의. 모두 위작 문제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사례들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위작 논란을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국내에서 미술품 위작이 어느 정도 규모로 생산, 유통되는지 물음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자택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Triple Tier Flat-sufaced Table’. 시가 2억5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국내의 미술품 위작 규모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평원)의 2014년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일부 확인할 수 있다. 감평원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감정한 5,130점 중 1,330점이 위작이었다는 통계를 낸 바 있다.2) 감평원에서만 10년 동안 위작을 1,330점이나 걸러낸 셈이다. 그런데 이중섭의 둘째 아들 이태성과 연루된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를 통해서 드러난 이중섭, 박수근 위작이 한 번에 2,800여점이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작은 미술시장과 미술사를 파괴, 왜곡하는 암적인 존재다. 그러나 그 누구도 국내에서 위작이 얼마나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지 모른다.

외부로 드러난 위작 사건들은 미술시장의 구조적인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가령 이우환의 경우는 감평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제미술과학연구소가 위작이라 판단한 것들 중에 작가가 확인서를 발행한 작품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도대체 우리는 이 난감한 작가확인서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품의 진위에 대한 작가의 주장이 만고불변의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윤중식 작가의 <아침> 사례3)나 서성록이 소개한 카럴 아펄(Karel Appel)과 피카소(Pablo Picasso)의 진위 판단오류 사례4)를 통해서도 작품의 진위 문제에 있어서 작가의 주장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1970년 후반에 작품을 100점을 했다고 말했다가 300점을 했다고 번복하는 이우환의 주장5)이 과학감정과 안목감정을 거친 결과보다 신빙성이 높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이우환은 이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혹은 시장에 떠도는 위작에 대한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위작에 작가확인서를 발행했을 수도 있겠다. 한편 오리온의 담철곤과 이화경이 한 화랑을 통해서 구한 위작을 이용해 횡령을 시도했다는 혐의의 경우는 위작이 소비자의 의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유족이 연루된 이중섭 위작 사건만큼이나 충격적 사례다. 왜냐하면 위작이 위조범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 소비자가 경제범죄를 위해서 위작을 주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미술품 위작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화랑가가 미술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스스로 만들고 동시에 방관해왔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현재 가나아트, 갤러리 현대, 국제 갤러리는 국내 화랑 총매출액의 80% 내외를 독점하고 있다. 이 중에 가나아트와 갤러리 현대는 각각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겸업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15~2016년 기준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출품작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81%가 가나아트(53%)와 갤러리 현대(28%)가 주요하게 다뤄온 작가의 작품과 겹치는 상황이다.6) 이와 더불어 미술품 감정 구조의 불투명함과 부실함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고미술협회, 화랑협회와 더불어 많은 감정서를 발부해온 감평원은 다수의 화랑 경영주가 모여서 만든 사설 단체다.7) 그러므로 미술시장 안에서의 감정은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감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감평원이 발부하는 한 장짜리 감정서에는 감정 과정에 필요한 분석방법과 그에 따른 논증, 감정인의 이름 및 견해가 전혀 명시되지 않는다. 심지어 감정업체는 고의가 아니면 감정 결과에 대하여 소비자에게 법률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감정기록서도 공개하지 않는 상식 밖의 약관을 버젓이 사용한다. 그러니 감정한 작품에 문제가 생겨도 감정위원들은 자신들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작품에도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8) 이런 맥락의 심각한 문제는 케이옥션 약관의 ‘진술, 보증 및 책임의 부존재’ 조항9) 처럼 미술품 경매 약관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미술시장에서 객관적인 진위 판별 및 가격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믿겠는가.

계속 되풀이되는 위작 사건은 애초에 미술시장이 이 같은 구조를 스스로 개선해나갈 의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불신과 직결된다. 그리고 이 불신은 작년 여름에 이우환 위작 시비를 기점으로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이우환 위작 사건이 터진 이후 정부는 미술시장이 화랑, 경매, 감정 간의 미분화 때문에 위작유통 억제 능력이 여전히 없다고 보고 2008년에 이어 다시 미술시장 개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정부가 꺼낸 카드의 이름은 미술품 유통법이었다. 미술품 유통법의 주요 내용은 화랑, 경매업 겸업 금지, 위작 미술품의 수거 및 폐기, 유통업자 보증책임 부인 및 제한 무효, 유통업자 및 감정업자 손해배상 책임,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미술품 유통법 원안은 입법예고 이전의 토론회 의견 반영, 입법예고 후 부처 및 이해관계자 의견반영, 국조실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를 거치면서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그 이유는 화랑, 경매업 겸업 금지가 유통업자 간의 상생협약으로 후퇴하고 유통업자 보증책임 부인 및 제한 무효, 유통업자 및 감정업자 손해배상 책임이 무작정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6일에 문체부 1차관은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 브리핑에서 상생협약 등의 이행 여부를 지켜본 이후에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여전히 문제가 발생할 때 추후 겸업 금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화랑, 경매 겸업 금지 조항을 화랑과 경매업체 간 상생협약으로 대체하는 것은 과연 화랑이 경매사까지 직영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는 것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상생협약은 화랑을 통해 1차 작품 매매가 이루어지고 2차 작품 매매부터 경매에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미 한 몸인 가나아트센터와 서울옥션은 어떻게 더 상생하라는 것인가. 따라서 정부가 화랑, 경매업 겸업 금지안을 유예하고 상생협약을 내세운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을 한 격이다.

한편 유통업자 보증책임 부인 및 제한 무효, 유통업자 및 감정업자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법안은 기존 약관법이나 민법을 통해서 미술품 소비자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조정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10) 그러나 미술시장에서 최소한의 책임과 공정성도 갖추지 않는 감정 약관과 경매 약관이 계속 사용되어 온 것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유통업자 보증책임 부인 및 제한 무효, 유통업자 및 감정업자 손해배상 책임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미술품 유통법이 졸속 후퇴하는 과정을 보면 과거에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20년에 걸쳐 연기와 폐기를 반복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1990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미술품 유통법은 2013년 1월부터 6,000만 원 이상의 국내 작고작가의 작품을 팔거나 구입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의 20%를 기타소득으로 물어야 한다는 기조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양도소득세는 작고 작가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법이다. 왜냐하면 낙찰총액이 몇 억 원을 넘기는 생존 작가는 양도소득세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품 양도소득세 시행 이후 6,000만 원 이상 거래가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줄을 이었다. 현재까지도 양도소득세 폐지를 주장하는 화랑협회, 한국미술문화총연합회 등의 주장을 받아 적는 기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화랑가의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고 조직적이다. 2003년에 화상들은 소위원회와 법사위를 통과한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안을 폐지하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1:1 설득 작업과 가두 100만 명 서명운동, 화랑 파업을 병행했다. 결국 2003년 12월 18일에 화랑가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온 정병국 의원11)을 필두로 미술품 양도소득세 폐기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폐기로 이어지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12) 우리는 이러한 예를 통해서 국회에 대한 화랑가의 로비가 이상하리만큼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비한 정책방안 연구’에서 발췌한 표미술품 유통법은 어땠을까. 최근 시각예술분야 중장기정책 수립을 위한 자문회의에 한 달 동안 참여하면서 화랑가가 언론 플레이뿐만 아니라 미술품 유통법 문제와 관련된 국회의원에게 적극적으로 로비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적당한 규모와 조직력을 갖춘 화랑가의 대국회 로비가 미술품 유통법의 졸속 후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화랑가의 대국회 로비로 미술시장 관련 법안이 이처럼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무리 미술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화랑가의 대국회 협상력이 오롯이 화랑가만의 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삼성 비자금으로 고가 해외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008년 4월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조준웅 삼성특검팀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 등 미술품 구매 대행을 맡았던 이들도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국내에서 미술품은 불투명한 가격과 거래이력 덕분에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에 활발히 활용되었다. 그리고 메이저 화랑이라 불리는 곳들은 삼성, 한화, 오리온 같은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 및 세탁에 기생하며 성장했다. 재벌가와 메이저 화랑이 만드는 퇴폐적인 구조는 재벌가가 화랑뿐만 아니라 미술시장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존재임을 반증한다. 그러니 중, 소화랑 역시 기회만 있다면 재벌가의 은총을 받고 싶고 은총을 받을 수 없다면 재벌가가 어떤 작품을 사는지 눈치라도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재벌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도는 한국사회에서 미술시장은 재벌가에 사실상 예속된 것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와 국회가 이번 촛불운동이 재벌개혁을 외쳤다는 것을 잊지 말고 미술품 유통법 반대와 미술품 양도소득세 폐지를 외치는 이들을 엄중히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랑가의 강력한 로비력은 재벌가에 기생하는 화랑가의 절박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범죄에 혈안인 재벌가의 의지도 일부 투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화랑가는 재벌의 경제범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근시안적 이득 때문에라도 미술시장의 투명화를 위한 정책을 갖은 핑계를 대며 후퇴시키거나 폐지시키려 안달일 수밖에 없다. 화랑가의 대표적인 핑계는 국내 미술시장이 신원노출을 꺼리는 개인 컬렉터의 비중이 80% 이상이며13) 2015년 기준으로 4,000억 원도 되지 않는 시장규모를 꼽는다. 그러나 전자는 미술시장이 정부와 협력하여 컬렉터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기업이나 법인, 중산층의 투명한 작품구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들어나감으로써 극복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후자의 수치는 화랑가가 세금이나 영업비밀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은 점이나 증여세 회피용 혼수 미술시장 등14)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실제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1조 원을 오간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랑가와 일부 평론가가 미술시장의 규모가 1조 원이 될 때까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적인 주장일 뿐이다. 화랑가가 정녕 미술생태계의 장기적인 발전과 공공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위작 유통 및 미술품을 이용한 경제범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미술품 유통법 제정과 미술품 양도소득세 적용 범위를 생존 작가까지 확대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화랑가가 매번 부르짖는 미술시장의 자정(自淨)이 아니겠는가?

*이 글은 월간 『미술세계』 2018년 1월호 특집 ‘미술품유통법’에 실렸습니다.


1) 김아미, ‘미술판 희대의 사기…’이중섭·박수근 위작사건’ 12년의 기록’, <뉴스1>, 2017.7.28, http://news1.kr/articles/?3060486

2) 오광수 외,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 사문난적, 2014, pp.167-169

3) 윤중식 작가는 2007년에 자신의 작품 <아침>(1976)을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작품을 취급했던 서울옥션과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는 안목 감정을 통해서 진품이라고 판단했으나 작가는 위작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3년 후 1976년 부산현대화랑 도록에서 <아침>이 실린 것이 드러나자 작가는 결국 <아침>이 자신의 작품임을 인정했다. 이 사례는 위작과 진작을 가리는 사안에 작가의 주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국내사례 중 하나로 꼽혀오고 있다. 오광수 외, 『한국 근현대미술 감정 10년』, 사문난적, 2014, pp.131-137 참고.

4) 서성록, 「미술품 위작,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미술세계』, 2016. 8, pp.47-48 참고.

5) 함혜리, ‘[커버스토리] 이우환의 진품 주장 납득 못해…韓·日에 위조조직 5곳 정도 있을 것’, <서울신문>, 2016.7.1,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702010007

6) 김형걸, 「미술시장관련 참고자료분석」, 문화체육관광부 연구용역보고서, 2016, pp.32-39 참고.

7) 위의 연구용역보고서 pp.5-6 참고.

8) 손영옥, ‘[단독] 진품 감정 이우환 작품 2점 가짜 의혹’, <국민일보>, 2016.1.26,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08012

9) 케이옥션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내외 경매약관 참고. http://www.k-auction.com/Auction/Clause.aspx

10) 신아람, 「작가가 알아야 하는 법⑲ 위작 구매자가 취할 수 있는 법률적 조치」, 『미술세계』, 2017. 12, pp42-43 참고.

11) 2011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2014년부터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개인 사재와 수집 미술품을 출연해 설립한 가나문화재단 이사도 맡고 있다.

12) 박영식 외 3인, 『같은 방향 다른 행로? 중앙부처 간 갈등과 협력사례』, 대영문화사, pp.125-142 참고.

13) 양건열 외,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비한 정책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p.64

14) 외에도 국내 시장이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컬렉터가 해외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에서 거래한 수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