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지_치환과 전환 : ‘미국적 영웅’의 시간은 어디로 흐르는가-‘스타워즈 4’와 ‘엔더스 게임’

전민지   굳이 수치화하지 않더라도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와 <인디애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는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기록했던 영화계의 양대 산맥이다. 동시대에 활동한 여타 배우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두 시리즈의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위의 대표작 외에도 다양한 액션 영화의 영웅으로서 일찍이 상업적 능력, 또는 매력을 증명한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 »

이용준_4.3 어제 오늘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4.3 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날 4.3의 위상은 폭동에서 국가의 위령제로 격상되었다. 위령제란 무엇일까? 위령제는 어제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시키기는 매개체이며, 일종의 현대적 제사이다. 제사에는 여러 주술적 행위가 동원되는데, 먼저 참여자들의 정서적 각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이용된다. 먼저 제사장은 비극의 기억을 소환한 후, 참여자의 정서적 각성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

엄제현_공공근로?

엄제현 <공공근로>가 작가 자신이 몸담았던 공공근로사업의 대상을 담아냈다고 해서 이를 성급하게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거나 ‘예술과 노동의 등치’같은 횡행했던 주장들 틈바구니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한다면 사유의 태만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유행하는 몇 가지의 언어나 사변으로 대체해 일관되게 서술하려는 노력은 지리한 관념론으로 빠지기 쉽다. 세계의 모순을 »

김윤익_빌닷Bildad

김윤익(작가, 기획자) ​기획전 <빌닷 Bildad>은 힙합뮤지션 이매릭 Imae Rick이 발표한 두개의 믹스테잎  [1.The Geat Adventures of Imae Rick(2015)]과 [2. The miseducation of Imae Rick(2017)]에서 출발한다. 여기에서 이매릭은 현재의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을 법한 가상 인물의 시점을 서사적으로 풀어내 한국말의 발음과 어조가 강조되는 특유의 ‘랩핑‘ 위에 올려놓는다. 주로 실패한, 외로운, 분노하는, 고립된, »

소서_Kob. (찌질의 즐거운 기록)

나는 그 애의 젠틀함이 나로 인해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아. 그 모든 것이 특별하다 느끼진 않았지만, 동시에 이 정도 담백한 관계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따뜻함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늘어진 모습으로 함께한 아침과 진한 커피, 고등학생 때의 만우절 해프닝 등, 그 모든 소소한 것들이 그 애와의 섹스를 더 즐겁게 만들었다. »

박시내_예술의 ‘힘’에 대하여 – 모리 미술관의 ‘Catastrophe and the Power of Art’ 감상 후 든 사념들

팔레스타인에 피카소의 그림을 걸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2011년, 피카소의 Buste de Femme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수도, 라말라의 International Academy of Art-Palestine 에 전시되었다. 작품 하나를 걸기 위해 수없는 난관이 있었다. 가장 일차적인 문제는 보험이었다. 7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걸작을, 끊임없고 예측할 수 없는 내전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어떻게 운반할 것이며, »

임지훈_‘Tracers’, 헛것을 더듬으면서 우리가 나눈 대화들

헛것처럼 흰 선들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읊조린다. 사람도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우리의 주변을 배회한다. 캄캄한 밤의 숲에서처럼, 어떤 것도 우리에게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바라본다. 이해할 수 없는 몸짓, 선과 말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휘발하는 것을. 비고 작가의 공연 <Tracers>의 형식을 ‘말’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검은 방에 »

이민주_정오(正午)의 그림자와 우상의 자리: Veni, Vidi, Vici 전시 비평

이민주 전시는 우상의 역사가 곧 이미지의 역사라는 서사를 세운다. 우상Idol의 어원이 희랍어 Eidolon, 즉 이미지Image에서 유래했다는 점, 이미지와 우상의 관계가 ‘신의 말씀’인 언어에 대한 재현이라는 점에서 그 근거를 마련한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동시대 인터넷 환경과 디지털 이미지의 조건 위에서 우상의 자리를 질문한다. 이에 대한 잠정적인 진단은 “우상이 더 이상 호출되지 »

허호정_여성적, 말하기? : ‘우먼 핵Women Hack’에 붙이는 글

  2019년 1월 13일 발행 ​허호정 “타인만이 말을 가능하게 한다. 아니 말이 아니라 차라리 말을 하라는 간청. 말과 함께 거부될 수도 있고, 제대로 들리지 않을 수 있거나 받아들여지지도 못할 수 있는 간청.”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1) 0. 알림 <사운드 이펙트 서울>은 2017년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에 이어 2018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11월 »

조재연_세계여, 이것은 당신을 위한 종말 2_손배영: 사소한 완강함을 위한 쇼룸

2019년 1월 4일 발행 1 사랑한 이도 사랑받은 이도 결국 파멸로 끝을 맺는, 구원이라고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비제의 <카르멘>에서 니체는 완전하게 구원된 무언가를 찾아내 소리 낸다. 그것은 다른 모든 인물들이 파멸했기에 오히려 구원될 수 있었던 혹은 파멸로부터 달성된 자연적 사랑이다. “결국에는 사랑을, 자연으로 다시 옮겨진 사랑을! ‘고결한 처녀’의 사랑이 »

홍태림_‘고전에 기대는 시간’ 서평: 아름다운 삶의 재발견과 그 무게

2018년 12월 29일 발행   홍태림(미술비평가, 크리틱-칼 발행인) ​내가 스스로를 미술비평가라고 인지하며 글을 쓰게 된 것은 고작 몇 해 전의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미술에 대한 글을 나름대로 쓰기 시작한 때가 대학원을 막 졸업했던 2014년 즈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미술에 대한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는 학부 과정에서 동양화와 »

조태위_아트선재 퍼포먼스: 오민

2018년 12월 16일 발행 ​네가 빈정댔던 것과 달리 “인싸력”을 과시하는 공연이 아니었어. 조세프 풍상은 영문 교열 담당자의 이름이었어. 유명 작가의 이름을 잔뜩 나열해놓은 포스터에 비해 별 볼 일 없었다던 5월의 전시와는 전혀 결이 다른 형식 놀이였다니까. 제목 속에 있는 이름 중에 우리가 아는 이름이 몇이나 있었니? 그리고 네가 북서울미술관에서 집중을 »

엄제현_질환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시각적 안내문

2018년 12월 2일 발행 ​2006년 출간된 정치 서적⟪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은 객관성과 전문성의 결손을 이유로 학계로부터 처형을 당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치세력의 투쟁사에 혁혁한 공훈을 세웠다. 좌파의 맹공은 해당 서적을 역사적 징후로 읽는 메타적 접근에서부터 통계 데이터의 오류를 짚어내는 수리적 분석, 역사 인식에 대한 이념적 반박까지 총체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오히려 그로 인해 »

홍태림_한석경이 열어젖힌 분단의 시간

2018년 11월 16 발행 홍태림(미술비평가, 크리틱-칼 발행인) ​식민지, 전쟁, 분단을 관통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 한석경의 <진지하다>(2018)는 박 씨 할아버지, 박 씨의 외아들 박만수 그리고 박만수의 외아들 박형민이라는 가상의 인물들이 뒤얽히며 만들어내는 서사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진지하다>의 이러한 서사구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조씨(趙氏) 집안의 삼대가 겪는 갈등을 통해서 억압받는 여성, 대지주, 기독교인, »

성상민_뉴스, 리플리에게,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2018년 11월 7일 발행 성상민(만화-문화평론가, 미디액트 ACT! 편집위원) 올 연말에 쓸 글이 있어서 원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갔었다. 좋은 작품이 없진 않았다. 안건형과 리슨투더시티는 여전히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근래의 트렌드인 아카이브, 빅데이터 포집, AI를 활용한 작업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이를 모아 큐레이션한 방식은 많은 골치를 만들었다. 나중에 별도의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