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 예술대학 강사 감축, 또다시 학생들의 교육권을 좀 먹는다

*본 글은 2019년 7월 8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예술대학 교육여건 실태와 지원정책 방향’ 토론회 발제문입니다.

홍태림(미술비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 소위 민간위원)

대학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교원 그리고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 대하여 규정한 ‘대학설립ㆍ운영규정’에서 교원산출 기준을 살펴보면 예체능 계열은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이다. 그러나 대학알리미에서 2017년 기준 전국 141개 예술관련 학과 보유대학(이하 예술대학)의 교원자료를 살펴보면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 이상인 대학이 125곳이나 된다. 가령 성균관대는 교원 1인당 학생 비율이 1:56이고 중앙대는 1:46, 이화여대는 1:45, 건국대학교는 1:34, 부산대는 1:34, 추계예대는 1:29에 이른다. 또한 예체능 계열은 대체로 교원 1인과 학생 1인 간의 면대면 지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른 계열보다 많은 교원이 필요할 여지가 많음에도 인문사회 계열보다 교원 확보율이 떨어지는 예술대학이 141곳 중 90여 곳이 넘는다.

지금까지 많은 예술대학은 예체능 계열의 특수성이라는 모호한 근거만으로 차등 등록금을 예술대학 학생들에게 적용해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산출되는 연간 평균 등록금은 교육부의 ‘2018년 전국대학 계열별 등록금’자료에 따르면 773만 원으로 전체계열 평균인 668만 원에 비해 100만 원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육의 질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교원 기준을 이처럼 기준에 훨씬 못 미치게 유지해온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이 없는 대학이 학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대학은 교원 비율뿐만이 아니라 학생 1인당 교사(校舍)면적 기준 미달, 차등 등록금 대비 턱없이 낮은 재료비나 실습비, 기자재 노후화, 안전사고 등의 문제를 방치해온 것이다.

한편 근래에 예술대학들은 개정된 ‘고등교육법’(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또 다른 심각한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예술대학에서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시간강사 감축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대학 알리미와 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를 토대로 2017~2019년 기준 예술관련 학과를 보유한 4년제 대학의 교원별 강의담당 비율을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면 주목할 점을 여러 가지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최근 강사법 시행예고가 있은 이후, 예체능 계열에서 시간강사의 강의담당 비율은 2018년 2학기에 34.86%였다가 2019년 1학기에 이르러 28.22%가 되면서 전 학기 대비 감소율이 -6.6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9년 1학기에 각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강의담당 증감률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예체능 계열은 -6.64%이고, 인문사회 계열이 -3.55%, 자연과학 계열이 -2.96%, 공학 계열이 -2.20%, 의학 계열이 -1.85%였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계열 중에서도 특히 예체능 계열의 시간강사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예술교육법 카드뉴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9년 1학기에 예체능 계열에서 시간강사의 강의담당 비율이 급감한 것과 더불어 갑자기 겸임교원 비율이 7.66%에서 11.34%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예체능 계열의 겸임교원이 전 학기 대비 3.68%나 증가한 것은 2017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는 겸임교원의 비율이 보통 7% 정도를 유지했고 증감률도 0.03%~0.27% 사이를 맴돌았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의 비중을 줄이려는 각 대학의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 교원인사팀은 외부기관 재직자를 겸임교원으로 최우선 임용하고 그 규모도 확대하라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각 과의 교수들 등에게 보낸 바 있다. 성균관대가 이러한 지침을 만든 이유는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의를 맡은 전업 강사에게 방학 중의 임금과 퇴직금 및 4대 보험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에게 할애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이러한 꼼수들은 유독 예체능 계열에서 도드라진다. 그 이유는 예체능 계열의 시간강사 비율이 34% 내외로 인문사회 계열(23% 내외), 자연과학 계열(15% 내외), 공학 계열(13% 내외), 의학 계열(5% 내외)보다 적게는 10% 많게는 30% 정도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래 시간강사의 비중이 높았던 예체능 계열은 시간강사 규모를 급격히 줄였을 때 그만큼 더 큰 교육환경의 공백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학에 충분한 예산이 없거나 전임교원의 증가 혹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시간강사의 규모가 축소된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 중에서 강사료 지출이 평균 1~2%에 불과하고 더불어 계열별 2위의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는 예체능 계열에서 당장 예산 문제가 없음에도 대대적인 강사 축소를 단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이 바로 학생들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술대학에서 강사의 규모가 급감함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피해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가령 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들이 점점 줄어들거나 대형 강의의 규모가 더 커지기도 하고 비슷한 세부 계열끼리 수업이 통합되거나 전임교수들의 강의 시수가 늘어나 지도력이 감소하는 상황이 바로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심각한 피해들이다.

출처 :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예술교육법 카드뉴스

앞서 언급했듯이 일방적으로 시간강사 감축을 단행하는 대학의 태도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 이상인 예술대학이 141곳 중 125곳인 점과 교사기준 면적 기준 미달, 근거가 불투명한 차등등록금 대비 턱없이 낮은 재료비 및 실습비, 기자재 노후화, 안전사고 같은 문제를 만들고 방치해온 것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시간강사 문제는 지금까지 대학 안에서 조직되지 않은 약자들을 착취해온 예술대학의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아가는 새로운 출발점 중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 문체부, 국회는 강사법 시행을 빌미로 여러 대학이 자행하는 또 다른 교육환경 파괴를 되돌리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육부가 “교원 채용은 대학 자율의 영역”이라며 당장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예술대학의 교육환경이 이렇게까지 곪아 터진 것은 교육부가 대학과 관련된 문제들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등교육 전반에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강사법에 관련된 기존 테스크포스팀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듯이 강사법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테스크포스팀을 만들고 동시에 각 문제들에 대한 실태조사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문체부도 더 이상 예술대학 문제를 교육부의 일이라는 논리로 방치하지 말고 교육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문제해결의 당사자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부와 문체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의 적극적인 의지와 조력도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사학재단의 강력한 기득권을 넘어서지 못했기에 앞선 문제들을 국회와 교육부, 문체부가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득권이 교육의 공공성과 그 공공성이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좀먹고 있다는 점에서 부패한 사학재단들이 언젠가는 청산해야 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적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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