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조직체계와 예산을 통해서 바라본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 혁신

홍태림(미술비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 민간위원)

최순실, 박근혜 정권에서 불거진 참혹한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혁신 TFT에서 권고한 10가지 조직분야 혁신의제 중에는 예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개방형 직위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제안은 다시 말해서 문예위에서 운영하는 미술관과 극장에 전문성을 갖춘 예술인이 관장 및 극장장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의 경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직, 예산, 기획력 등 모든 측면에서 계속 퇴보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실력 있는 미술관 관장 영입에 대한 논의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문예위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 혁신안에 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내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령 이와 관련하여 2018년 12월에 개최된 ‘ARKO 혁신의제 추진경과 보고회’에서 사무처장 직무대리가 관장 영입을 고민 중이나 예산도 부족하고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이 문예위 지원사업의 결과물이 발표되는 곳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개방형 직위 도입에 대하여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최근 현장소통소위 정기회의 자리에서 아르코미술관 관장 영입에 대한 논의가 문예위 안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가운 반전이자 흐름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접어드니 한편으로 이 사안이 단순히 관장자리 하나가 다시 만들어지는 문제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우려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왜냐하면 조직체계 문제와 예산문제에 대한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력 있는 예술인이 관장이 되더라고 허수아비 처지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은 예술공간운영본부에 속해있다. 참고로 예술공간운영본부의 본부장은 일반직 3급이고 미술관운영부의 부장은 일반직 4급이다. 이 점을 유념하며 최근 문예위 사무처 측이 현장소통소위 정기회의에서 제시한 아르코 미술관 운영체계 개선안 세 가지를 간단히 검토해보자. 문예위가 제시한 개선안 세 가지 중 1안은 상근 미술관장 영입이고 2안은 비상근 전시감독 영입, 3안은 상근 선임 학예사 영입이다.

먼저 전시감독 영입안은 학예기능 강화, 기획전시의 예술적 책임소재의 명확성, 감독의 국내외 네트워크 활용에 대한 장점이 언급된다. 그러나 전시감독은 결재권이 없기 때문에 인사권, 예산권, 조직체계 문제 등과 관련하여 예술공간운영본부는 물론이고 미술관운영부 앞에서도 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다음으로 선임학예사 영입안은 학예부분 총괄 및 학예인력 보완 그리고 결재권 부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아르코미술관의 학예팀은 학예부가 아니다. 따라서 조직체계상으로 미술관운영부는 물론이고 예술공간운영본부와도 결코 대등한 관계일 수 없다. 만약 이렇게 존재의미가 희미한 학예팀에 선임학예사가 들어온다면 미술관운영부 아래에서 결재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한 결재권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할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아르코미술관

한편 미술관장 영입안은 미술관 위상 재고 및 학예팀 역할 강화와 기존보다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 그리고 본부장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아르코미술관 및 인사미술공간을 형식과 내용 차원에서 개선해나가기 위한 선택지로 가장 적합하다. 그런데 기존 조직체계상 아르코미술관 및 인사미술공간이 예술공간운영본부장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어떻게 새로 영입될 아르코미술관 관장이 본부장급으로 영입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본부장급으로 관장이 들어오면 한 본부에 본부장이 2명 이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극장본부, 미술관본부를 새로 신설하겠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르코미술관 및 인사미술공간을 서울시립미술관처럼 사업소 같은 것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일단 한 본부에 본부장이 2명 이상이 되는 것은 조직체계상 문제가 있고. 극장본부, 미술관본부를 새로 신설한다면 말 그대로 문예위의 조직혁신이라 부를만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본부장급 미술관장은 도대체 조직도 상에서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것들 중 세 번째 경우처럼 아르코미술관이 사업소 같이 취급되어 사무처로부터 실제 직급보다 한 단계씩 낮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일까. 만약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게 된다면 아르코미술관 관장이 서류상으로는 일반직 3급인 본부장이지만, 실제로 업무를 수행할 때는 일반직 4급인 미술관운영부장과 동급으로 여겨져서 결국 예술공간운영본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인사미술공간

이러한 의문들과 추측이 생기는 이유는 본인이 최근 현장소통소위 정기회의 자리에서 확인한 아르코미술관 운영체계 개선안이 문예위의 전체 조직도 상에서 미술관장의 위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미술관장, 미술관운영부, 학예팀, 운영자문회의 간의 관계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예위의 기존 조직도 안에서 아르코미술관 관장이 어디에 위치하게 될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새로 영입될 관장이 실제로 본부장급의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야 아르코미술관 및 인사미술공간이 퇴보를 거듭했던 지난 10여년을 털어내고 다시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 관장이 영입되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실제로 본부장급의 권한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학예조직의 격상 및 확대도 꼭 필요하다. 현재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을 아우르는 학예조직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부가 아니라 팀 취급이기 때문에 학예팀은 학예부로 거듭나서 미술관운영부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예부로 격상된 후 학예사의 인원이 아르코미술관의 확대되는 기획력과 예산에 맞게 늘어나야 하고 학예부를 책임지는 학예부장도 공개 모집해야 한다.

조직체계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바로 예산이다. 2019년 기준 아르코 미술관 예산은 약 7억 원이고 인사미술공간의 예산은 약 2억 원이다. 2008년에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탄압으로 김정헌 문예위 위원장이 경질된 후 지금까지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은 원래도 문제가 많았던 조직체계가 계속 악화되었고 예산은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가령 예산의 경우 아르코미술관의 예산은 2007년 전후에 12억 원 전후를 오갔으나 2019년 예산은 약 7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인사미술공간은 2007년 기준으로 예산이 약 6억 원이었으나 현재는 2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예산이 이렇게 줄어들었으니 아르코미술관과 인사미술공간은 현재처럼 미술계의 담론을 선도하고 깊이와 맥락을 만드는 기획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론적으로 앞서 이야기한 조직체계 정비와 2007년 수준의 예산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관장을 자리에 앉혀두기만 한다면 그것은 한 개인에게 6천만 원 정도의 연봉과 관장 이력 한 줄 던져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론 일단 관장을 영입하는 것이 문예위가 미술관의 조직체계를 혁신하고 예산을 복원하는 일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서둘러 관장을 영입하는 일을 반대만 할 수도 없다. 일단 관장을 먼저 영입해야 한다면 문예위 사무처와 문예위 위원장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체부 및 기재부와 이야기를 진행하여 빠른 기간 안에 관장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체부나 기재부와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다면 미술관과 관련하여 조직진단 및 설계 컨설팅을 서둘러 진행하여 문예위 조직 전체, 예술공간운영본부, 미술관운영부 별로 아르코 미술관이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와 아르코미술관과 다른 국공립 미술관들의 조직체계와 예산을 비교하고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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