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림_현 미술창작대가 제도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

홍태림(미술비평가, 크리틱-칼 발행인)

2014년 전후로 한국 미술계에서는 예술노동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 되면서 아티스트 피, 작가비, 사례비, 보수지급제도, 대가제도라는 용어가 현신한 유령들처럼 떠돌았다. 사실 이러한 논의와 그에 따른 제도화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라면 도대체 저 용어들이 어디서부터 튀어나와서 어떻게 정리되어가는 상황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용어들이 혼란 속에서 뒤섞였지만, 어쨌든 현재는 대략 상황이 정리되어 작가뿐만 아니라 전시기획자, 평론가도 아우른다는 기조에 입각하여 미술창작 대가제도(이하 대가제도)라는 용어를 간판으로 삼고 그 안에 두 가지 개념이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그 두 가지 개념 중 하나는 저작권법을 근거로 창작활동을 존중하고 전시 참여에 대한 금전 보상을 하는 것과 관련된 작가비고 다른 하나는 작품제작, 기획, 평론과 관련한 인건비성 경비 지급을 의미하는 사례비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졌다시피 이러한 방향성을 내세운 현 대가제도는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50주년 기념전의 작가비가 41,250원(하루 기준 250원)으로 산출되는 근거로 작동하면서 자신의 불완전한 상태를 가감 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가 개최한 ‘미술창작대가 개선 토론회’(2019.12.19)1)2)에서는 현 대가기준을 상식적 수준으로 작동시키려면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7~15% 정도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물론, 현재 문체부는 대가기준 시범사업 자료를 분석 중이므로 앞선 언급된 수치가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략 저 정도의 증액이 실제로 필요하다면 6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운영하는 국현의 경우에는 적어도 40억 원의 추가 예산을 기재부와 국회로부터 따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현의 2020년 예산은 대가제도의 상식적 작동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현의 2020년 예산은 총 633억 원으로 2019년에 비해 사실상 21억 원(전년 대비 3.5% 증가)이 증액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증액은 과천관의 백남준 <다다익선>(1988) 복원과 어린이미술관 강화를 위한 것이지 대가제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문체부가 대가제도를 설계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대가제도의 상식적 작동을 위한 핵심 중 하나인 예산문제를 계속 우회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문체부는 국현 및 미술현장과 서둘러 협의를 진행하여 대가제도의 단계적 현실화를 위한 2021년도 예산안을 내놔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과제는 문체부와 국현만이 아니라 각 지자체와 공립미술관들에도 마찬가지로 주어졌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로 중앙정부의 2021년 국회 예산안 제출은 다음 회계연도 120일 전인 2020년 8월경이고 지자체의 예산안 제출은 다음 회계연도 50일 전인 2020년 11월경이다. 따라서 문체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공립미술관들은 지금부터라도 미술현장과 함께 합리적 대가기준을 위한 2021년 예산안을 서둘러 준비해야만 한다.

물론, 현 대가기준의 문제는 예산문제 하나가 해결된다고 단번에 개선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산확보와 맞물린 중요한 문제는 현 대가기준의 개념 및 산출산식의 설계에 대하여 논의를 나눌 수 있는 동시에 앞으로의 대가기준을 관리·갱신할 수 있는 민관 협치 기구의 구성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정말 시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기구에서 현 대가기준의 기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그에 따라 산출되는 단계적 필요 예산안을 뽑아내야 기재부와 예산증액 방안을 협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구는 공정보상 문제가 예술계 전체를 가로지르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미술계만의 기구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문체부는 예술계 내 공정보상 문제를 다룰 기구를 문체부 안에 서둘러 설치해서 이 사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복지재단, 한국박물관협회, 예술인 및 예술단체들과 다각도로 논의해야 한다.

* 이 글은 『월간미술』 2020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


1) <미술창작 대가기준 개선 토론회> 토론회 자료집은 본문의 첨부파일을 통해서 다운받을 수 있다.
https://sotong.arko.or.kr/communication/answer.do?mode=view&idx=53&currentPage=1&searchValue=&start_date=&end_date=&state=

2) <미술창작 대가기준 개선 토론회> 토론회 동영상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Zaa0mcK_3k&list=PL7u3FP6zWMvo9jr-tgK-52dr67P4bBlq7

* 크리틱-칼은 여러분의 자유로운 투고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언제나 기다립니다. 크리틱-칼에 한 번이라도 투고해주신 필자에게는 1년에 한 번 5만 원을 고료로 드립니다. 투고 문의는 gocritical@gmail.com로 가능합니다.

* 2020년 3월부터 정기후원자 1000명 모집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따라서 차후에 1년에 한 번 5만 원 책 선물을 필자에게 드리는 방식은 글을 투고할 때마다 일정 고료를 필자에게 드리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또한 정기후원 규모가 확장되는 것과 비례하여 글을 투고할 때마다 드리는 고료의 규모도 조금씩 상향될 예정입니다.

* 크리틱-칼은 독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크리틱-칼 후원금은 홈페이지 호스팅 및 도메인 유지비 그리고 필진들에게 책 선물&소정의 원고료을 드리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합니다. / 우리은행 1005-303-874628 (예금주: 크리틱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