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란_공회전: 맴도는 도상들

이동혁, 하늘에서도 1 Even in the Heavens 1, 2020,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50x150cm

박미란(전시기획자)

스산한 풍경이 펼쳐진다. 공간이 인물을 잠식한다. 인체의 형상은 사물과 뒤엉키거나 배경 속에 흩어진다. 낮은 채도로 조밀하게 묘사한 화면 위, 상징적 도상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현실의 풍경을 분해한 조각이다. 이동혁은 장면을 재구성하며 사유를 정제해 나간다. 관념이 형상화한다.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다. 종교적 맹신, 집단의 관습에 관한 이야기다. 새로운 관점을 얻으려면 아는 것을 불신해야 한다. 시야 너머 진실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지난 초여름 방문한 낯선 폐 교회의 풍경을 회화로 담았다. 내려앉은 천장의 잔해가 무겁다. <하늘에서도 1>(2020)의 화면 중앙에 놓인 목재가 구부러진 팔의 형상을 띤다. 양손에 저울질 하듯 띄운 원과 사각형은 각각 이상과 현실을 뜻하는 기호다. 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찬란한 별이 빛난다. 현실의 몸으로 디딜 수 없는 기반 위에서 많은 이가 이상을 꿈꿨을 테다. <O를 위하여3>(2019)는 유아 세례에 대한 비유를 드러낸다. 날달걀을 반으로 가른 후 완만한 쪽을 거울에 맞댄 장면이다. 타원을 완벽한 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연약할 때 본래의 형태를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알맞은 방향으로 시야를 제한해야 한다. 선의의 폭력이다.

이동혁의 도상들은 서술적이다. 내포한 의미를 가리키는 저마다의 표지다. 일상에서 통용되는 기호는 아니다. 기독교 문화에서 사용하는 상징이많다. 모태 신앙으로 태어나 종교인으로 자란 작가에게는 익숙한 요소다. 그러나 관객을 위한 충분한 단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특정 문화에서 끌어온 도상들은 해당 집단의 관습을 투영한다. 주어진 맥락 내에서만 기능하며, 바깥으로 떨어져 나오면 의미가 흐려진다. 올바른 독해의 방향이 주어지지 않으면 관점에 따라 달리 읽힌다. 모호한 기호가 된다.

도상들이 유령처럼 화면 위를 맴돈다. 설명을 최소화한 상징들은 마치 해답 없는 수수께끼 같다. 허무와 당혹의 감정 가운데 비로소 작가가 드러내려는 핵심이 보인다. 옳은 것이라 믿어온 원칙의 실효성에 관한 질문이다. 나아가, 맹목적인 믿음의 당위성에 대한 물음이다. 이동혁의 화면은 바른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불분명한 설명으로 답을 유예한 채, 회화의 물성에 집중하고 장면 자체의 감각을 전달한다. 교훈을 주입하는 대신 능동적 판단을 고무하는 태도다. 정보를 적시하지 않는 풍경은 역설적으로 더욱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연다. 관습의 울타리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완전히 다른 시각을 획득할 수 있다.

부서진 교회의 풍경을 마주한 작가는 공포와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품을 이가 없는 신당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사람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동혁이 재현하는 대상은 신이 아닌 신자며, 현실의 공간과 사물이다. 절대자가 부재하고, 선악의 기준이 복잡한 세계다. 모두가 완벽한 원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다. 관념의 도상은 여전히 현실의 풍경 위를 맴돈다. 다만, 수용과 해석의 범주가 열려 있다. 서늘한 풍경이 속삭인다. 신뢰에는 맹목성이 없어야 한다. 변화는 늘 의문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동혁, O를 위하여 3 For the Sake of O 3, 2019,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28x28cm

 

IDLING: Lingering Iconography
Miran Park(Curator)

A desolate scene unfolds. Space engulfs figure. The body’s form becomes entangled with objects or dissipates into the background. Symbolic icons continuously appear on the low saturated, densely depicted picture screen. It is a fragment of the disassembled scene of reality. Lee Dong Hyuk reconstructs scenes to refine his thought; ideas materialize. The subject that penetrates his oeuvre is doubt towards belief, a story about religious blind faith and customs of a group society. To achieve a new perspective, one must question what one already knows; to seek the truth beyond sight.

Lee portrays an unknown abandoned church he visited last early summer in his paintings. The debris from the collapsed ceiling is weighty. The wooden plank located in the center of Even in the Heavens 1(2020) is shaped like bent arms. The circle and rectangle levitating on each end as if on a scale, are each a symbol of the ideal and reality. Luminous stars are shining in where the ground would have been. Perhaps, many would have dreamt of an ideal world on the ground in which the body of reality cannot stand on. A metaphor for infant baptism emerges in For the Sake of O 3 (2019). It depicts a raw egg, split in half, with the more gradual half placed on top of a mirror. In order to transform an oval into a perfect circle, the original form must be cut out during its most delicate state. Then, the viewpoint must be restricted to the appropriate direction:the good-willed violence.

Lee’s iconography is descriptive. They are signs that indicate each connoted meaning. They are not symbols used in daily life, but ones mostly used in Christian culture. The elements are familiar to the artist, who was born a Christian and was raised as a religious person. However, not enough clues are provided for the viewers. Iconography, derived from a particular culture, reflects the culture’s customs. They only function within the given context, and when parted, the icon’s meaning becomes vague. Without direction for proper reading, they are read differently depending on one’s perspective. The iconography becomes obscure signs.

Iconography lingers like apparitions on the picture screen. The symbols with minimum explanation are like riddles without a correct answer. In the midst of emotions of futility and confusion, the core, which the artist aspires to manifest, finally comes into sight. This is a question about the effectiveness of the principles, believed to be just. Furthermore, a question about the justification of unconditional trust. Lee’s picture screen does not enforce an accurate interpretation. While deferring an answer through an ambiguous explanation, he focuses on the physicality of painting and conveys the sense of the scene itself. This is an attitude of encouraging a proactive judgment rather than implanting morals. Paradoxically, the scenery that does not specify information opens up the potential for a more abundant interpretation. By stepping away from the walls of custom, a completely different perspective may be obtained.

The artist, while facing the destroyed church, felt terror and relief at the same time. A shrine without anyone to embrace it is destined to collapse because it is a place for people. What Lee Dong Hyuk represents is not God, but believers, and space and objects of reality. A world in which the absolute being is absent, and the standard between good and evil is complicated—a place where not everyone needs to form a perfect circle. The iconography of ideologies still lingers upon the scenery of reality. Nevertheless, the scope for acceptance and interpretation is open. The desolate scene whispers. Trust must never be blind. Change always starts from doubt.

Translated by Yoonsung Cho

* 본 글은 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이동혁 작가의 개인전 ‘IDLING’의 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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