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_제주 개발 논쟁에 대한 생각

이용준

최근 제주는 관광객 수용문제, 환경파괴, 제2공항 건설사업 등, 개발을 둘러싼 논쟁으로 뜨겁다. 이 글은 제주 개발담론을 생산하는 자본과 싱크탱크, 그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논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개발 논쟁은 주민들의 토지수호와 보상금 문제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개발은 단순히 제주를 파괴하는 데 멈추지 않고, 제주를 파괴할 주체를 재생산한다. 따라서 개발 논쟁은 단순히 개별사건의 다발이 아닌, 제주 역사의 총체적인 관점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제주개발은 1966년 박정희의 종합개발계획을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향후 반세기, 제주도 재편공사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 73년부터는 제주의 모든 산업이 관광주도형으로 개발된다.(이상철, 1995, 80p) 초기 계획은 해외 관광객 유입을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85년도 이후 ‘특정지역 제주도 종합개발계획’과 함께 국민관광으로 전환된다.(이상철, 1995, 81p) 경제발전과 함께 국내의 관광수요도 자연스레 급증하게 되었고, 제주의 관광수익 역시 비약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1) 이렇게 국가와 독점자본의 전폭적인 개발담론과 함께, 90년대를 지나면서 제주도의 3차산업은 60%를 넘어선다.2) 요컨대, 관광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제주의 주요 산업 구조를 1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폭증하는 관광수요는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졌고, 여러 문제가 가시화된다. 특히, 국가독점자본주의식 개발 담론의 한계가 드러난다. 개발 과정에서 배제된 지역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사회단체와 연구자들 역시 앞 다투어 소외된 주민들을 대변하고 나선다. 먼저 제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개발 담론과 제주

관광학은 전반적으로 주민을 개발에 긍정적인 주체로 전환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민의 주체적 전환 자체가 오히려 지속적인 개발의 음(-)의 조건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자본은 끊임없이 생산요소를 외재화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개발은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치까지만 사회와 환경을 보호할 것이다. 파괴 자체가 자본의 잠재적 부정이기 때문이다.(데이비드 하비, 2019, 127)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에 투입되는 전체 자본의 이윤율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속가능한 개발의 성패는 역설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편입되지 않는 비개발적 주체에게 달려있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전체 자본의 이윤율을 보장해줄 천혜자연의 파괴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학의 논리는 내부로부터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게 사회적이든, 환경적이든, 경제적 혜택이든, 도민의 개발주체적 전환 자체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반기능적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개발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민주적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다. 조성윤은 제주의 골프장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저항운동을 분석한다. 그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는 주민운동의 전문성 결여와 그에 따른 수동적 태도를 비판한다. 하지만, 조성윤은 개발을 제주 역사의 총체적 과정이 아닌, 고립된 사건의 다발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운동의 성패와 작동방식 역시 특정 단절된 시간의 폐쇄체계로 파악된다. 반면, 이상철은 개발과정에 대한 저항운동을 유기적으로 분석한다. 탑동 매립운동부터 송악산 군사기지 설치반대 등, 주민운동의 경험이 다른 운동을 촉발시키거나, 성숙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즉 유기적인 운동에서 주민 스스로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결실이라는 것이다.(이상철, 1995, 107p) 하지만, 주민의 주체적 전환이 지속될 때, 인식의 계몽이 어디까지 유의미할지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개발주의 자체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오히려 개발을 재촉하는 매개가 될지 모른다.

탑동해안 매립 공사, 사진출처

서영표와 장훈교는 이 점을 주목한다. 중앙정부는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도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박탈하였다. 연구자들은 군사정권의 경부고속도로 성공신화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이 만나는 지점이 대의 민주주의를 폐기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항을 하나의 공동 관리자원으로 바라보며, 이에 시민이 자신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대안적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문제는 그 결과물에 참여하는 주체의 대안 민주주의적 전환에서 끝나면 안 된다. 결국 그 대안 민주적 주체가 개발에 공모할 때, 자원의 공동자원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개발 자체에 대한 저항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즉, 제2공항이란 공동자원은 제3공항, 제4공항이란 공동자원을 욕망할지 모른다.

 

파괴는 파괴의 원인이다.

앞서 제주도의 관광산업과 주민 주체에 대한 논쟁은 거칠게 세 부류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제주의 발전을 위한 개발을 긍정하며, 주민을 수혜자로서 적극적으로 포용하자는 입장이다. 둘째, 마찬가지로 개발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반민주적인 절차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공동체의 붕괴를 야기하는 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주민이 ‘개발 주체’라는 입장에서 함께 하지만, 개발주체 자체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개발이란 특수한 상황을 제주 역사의 총체가 아닌, 분절적인 사건으로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은 개별적이고 단절적인 사건이 아닌, 제주의 역사 총체에서 파악하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개발은 단순히 제주를 파괴하는 데 멈추지 않고, 제주를 파괴할 주체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농가와 어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관광업 종사자는 과잉되고 있다.3) 이는 단순히 농가의 청년 유출과 사라지는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제주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주 드림파워 전경, 사진출처

노동자의 생계 조건이 임금과 관계한다면, 자본가는 축적과 관계한다. 축적 없는 자본가는 더이상 자본가가 아니다. 자본은 축적을 위해 끊임없이 신경질적인 개발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농민은 자본의 논리와 어느 정도 반목하는데, 그들의 생계는 자연 환경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비개발적 주체이자, 자본의 확대재생산에 저항하는 자들이다. 다시말해, 노동자가 인간의 질적 저하에 저항하는 유일한 계급이듯이, 농민은 천박한 난개발로부터 제주도의 질적 저하에 저항하는 핵심적인 주체다.

 

개발과 저항주체의 무력화

‘개발’이란 원인이 ‘파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면, 이제 그 결과가 파괴의 원인이 된다. 요컨대, 파괴는 파괴의 원인이다. 개발은 토지를 해체하고, 제주의 산업구조 전반을 재편한다. 탑동 매립부터 제 2 공항까지 수많은 개발논쟁은 토지수호와 보상금을 둘러싼 투쟁이었다. 하지만, 개발담론의 횡포를 단순히 보상금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토지수용은 국지적으로 삶을 조직하는 주민의 생계조건을 완전히 세계적인 질서로 재편한다. 이때 주민의 삶은 변덕스러운 세계 자본의 축적 논리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생계가 자본의 논리와 교차된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개발과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을 재고해봐야 한다. 개발의 그 반민주주의적 성격은 주민을 개발과정에서 배제시킬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삶의 통제권 자체를 빼앗는 과정이다.

농업의 파괴는 농민의 파괴다. 이는 결국 주민의 주체성 자체를 전환시킨다. 농업과 축산업으로 사용한 토지가 서비스업을 위해 기능할 때, (가축과 농작물이 아닌) 더 많은 관광객이 주민의 생존을 담보하게 된다. 이제 (제 2 공항 등) 개발담론은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공유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제주의 건조사업은 단순히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데 멈추지 않고, 개발과 환경파괴에 공모하는 주체를 재생산한다.(1990 년대 골프장건설은 제주 2 공항, 앞으로 있을 수많은 건축사업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반대운동의 요구가 일시적인 보상금이든, 장기적인 관광수익이든, 개발에 대한 주민 참여이든, 환경문제를 동시에 주장하는 건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온평리 주민의 반대집회, 사진출처

여러 사회운동단체들이 반민주적 개발 절차에 주목한다. 하지만, 개발은 민주주의 내부에서 자신을 전방 지원하는 공모자를 양성한다. 다시 말해, 자본에 저항하는 유일한 주체인 주민의 그 계급적 소명은 대의제 내부에서 무력화된다. 따라서 문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제주 제2공항의 공론화에 반대하는 온평리 주민들의 운동은 주목할만 하다. 공론화는 이 땅의 대의를 명분으로 개발을 촉구한다. 하지만, 온평리 주민들은 공론화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능 자체를 중단시켜 계급적 소명을 회복한다. 주민들에게 공론화는 삶의 터전을 지키는 자신들이 아닌, ‘정의로운 민주주의자’들의 사정이다. 내 생각에 공론화는 다니엘 벤사이드가 플라톤을 인용하며 말한 바와 같이 일종의 ‘수의 독재’다.(조르조 아감벤 외, 52p) 개발은 자본의 이윤뿐만 아니라, 대의제란 독재에 공모하는 개발주체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온 것이다. 공론화는 개발이란 폭력의 현전에 제동을 걸지만, 그 잠재성에 동의하게 된다. 이것은 토지를 수호하는 주체를 주민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권력에 위임하는 일이다.

우리는 주민의 개발주체적 전환의 과정을 밝혀내고, 그들이 다시 개발에 동원되는 모순을 드러내야 한다. 개발은 단순히 삶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정도로 멈추지 않는다. 개발은 주민의 생계조건 자체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개발에 대한 저항은 토지 보상금과 개별 사건을 견제하는 고립된 방식이 아닌, 전체적인 개발 역사를 파악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1)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0%이상 성장했으며, 2023년에는 205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송운강· 이혜진, 2018, 115-121p)
2) 3차산업의 총생산량 뿐만 아니라, 종사자 역시 17.8%에서 54.2%로 급증한다. (이상철, 1995, 88p) 제주의 3차산업은 관광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90년대 이후 제주 도민에게 가장 주요한 소득 수단은 관광업이라 할 수 있다.
3) 제주의 농가인구는 2010년 114,539명에서 2019년 83,133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어가인구 역시 2010년 14,573명에서 2019년 9,12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제주특별자치도 통계정보) 반면, 관광업 종사자는 과잉되고 있다. 2012년 1,920개의 숙박업체가 5,180개로 크게 증가한 동시에, 미착공 건축물과 불법 시설까지 포함하면 7만 3천개의 객실이 초과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윤동진, 2020, 112-113p)

 

(참고문헌)
이상철. 1995. “제주 개발정책과 도민 태도의 변화”. 제주도연구 제12집.
윤동진. 2020. “제주도 숙박산업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구조적 요인”. 제주도연구 제53집.
정승훈. 2013. “관광개발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광영향 인식과 개발 지지도 관계 분석” 탐라문화
조광직·김남조. 2002. “관광의 영향이 지역주민의 태도와 관광개발에 미치는 구조 효과 분석”. 관광학연구 제26권 제2호”
송운강·이혜진. 2018. “제주도 관광수요 특성과 예측”
서영표·장훈교. 2017. “제주 제2공항과 민주주의 그리고 기반시설 공동관리자원의 가능성”. 한국민주주의연구소.
한진성·문현철·윤지환. 2018. “제주도 지역주민의 관광영향인식과 지속적 관광개발 지지의사 간 관계에서 지역애착도의 조절효과”. 관광학연구 제42권 제10호.
조성윤. 1995. “개발과 환경, 그리고 농촌공동체의 붕괴”. <제주사회론>. 한울출판.
데이비드 하비. 김성호 역. 2019. <자본주의와 경제적 이성의 광기>. 창비.
조르조 아감벤, 알랭바디우 외 5명. 김상운, 양창렬, 홍철기 역.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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