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혁_도시 경관과 보행자

조남혁

영등포구 문래동 광경, 사진출처

공업 풍경은 도시 외곽에 있다. 중심가에서부터 밖으로 난 길목엔 벗겨진 페인트와 바닥에 둔 파이프, 알 수 없는 공업재가 목격된다. 공장이 쏟는 이미지다. 도시의 정돈된 이미지에 비해 날것이다. 공업 이미지는 음산한 풍광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도시 미학은 보편적으로 수용된다. 문래동의 철공단지, 공업재들 사이엔 개인 사업장 카페가 있다. 대체로 이들 카페는 매뉴얼로 정리한 프랜차이즈의 미학과 다른 감각을 생산한다. 프랜차이즈 미학은 보편적인 소비자의 미관과 충돌하지 않으므로, 있기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곧 도시 미학이 된다. 도시 중심가에는 개인 카페가 들어설 빈 땅이 적다. 개인의 감각이 생산한 이미지는 철공단지 같은 미개발 구역으로 간다. 도시 외곽의 공업재는 이와 더불어 낯선 미학을 만든다.

인더스트리얼함을 만든다. 철재와 폐목재를 곳곳에 두다. 명도가 낮은 관절형 디자인의 조명을 달다. 콘크리트를 외벽에 노출시키다. 부서진 실내 공간을 내버려 두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앞선 도시 미학과 결이 다른 미학이다. 오브제로 쓰인 공업재와 미완성된 디자인, 정돈되지 않음을 내세워 아름다워진다. 낯설게 등장한 이 실내 디자인은 외곽의 소규모 미학에서 출발하여 중심가로 온다. 초기에 비해 드물지 않게 인더스트리얼을 발견할 수 있다. 신세대의 힙스터는 인더스트리얼함을 향유한다.

『아름다움의 구원』1)에선 정돈된 도시 이미지 등의 깔끔한 아름다움을 매끄러움으로 정의한다. 다음은 그곳에서 끌어낸 논의다. “현대의 보편적 아름다움―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 따위의 잘 빠진 매끄러움은 소비자의 긍정적 감정, 만족감만을 도출하며 비동일성과 낯섦, 부정성을 폐기한다. 여기선 사유가 촉발되지 않으며 향락과 욕구 충족만이 내제한다.” 도시 중심가의 프랜차이즈 보편 미학은 동일한 감각만을 재생산하다가 이 지적에 포획된다. 이 논의점을 이어갈 때, 인더스트리얼은 매끄러움과 상충하는 거친 미학에 해당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인더스트리얼 공간의 미는 촬영되어 그곳에 엉켜 있다.

문화의 형성은 확장 원리 혹은 수축 원리를 따른다. 확장 원리에서 기존 문화는 특질의 범위를 넓혀간다. 지역·환경 조건에 따라 발생한 생활 양식이 후대에 관습으로 계승된다. 돼지나 소 축산에 대한 환경 여건이 후대의 종교적 식습관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확장 원리에 해당한다. 즉 일례로 일상 관습이 종교적·정신적 성격을 얻어 확장되는 체계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이에 포함된다. 적용 시, 공업재가 장식적 성격을 취해 미적 문화로 확장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수축 원리는 기존 문화가 특징화되는 양상이다. 이 원리는 때로 계층적이다. 지극히 단적인 적용으로, 클래식과 발레 등의 문화가 소득 상위 계층 위주로 향유된다는 분석이 있다. 이때 문화는 계층 내부의 계층(결속) 의식과 동질성을 강화하고, 상징 자본으로 기능한다. 수축 문화의 장 안에서, 개인 취향은 물적 재산에 따른 계급에 영향을 받는다. 나의 취향은, 내가 계급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화 상품 위주로 포섭한다. 향유자끼리 공유하는 계급적 취향은 다시 향유되는 문화로 되돌아가, 문화가 그들의 취향을 충족하는 고정적 스타일을 갖게 만든다. 고·저급 문화의 구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중문학’이라는 기존 문화 컨텐츠는 저급 문화라는 구분에 따라 저급성으로 특징화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가 거느린 향유 요소들이 떨어져 나간다. 즉 이는 수렴하는 방향을 띈다. 확장 원리의 문화와 컨텐츠는 확산된다. 개인, 집단, 민족으로, 하위 문화에서 보편 문화로 향유자의 폭을 넓히며 다른 결의 문화와 충돌한다. 수축 원리의 문화는 수렴하며 세분화되고, 계층적 성격을 띄며 구별짓기의 수단이 된다.

힙스터로 묶어 불리는 일련의 향유 주체는 보편 문화와 보편 미학을 거부하고 독특한 것 : 소수가 향유하는 것 쪽으로 몰린다. 이들은 다수가 향유하는 보편 미학 외부의 것들을 아름답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확산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미관이 반문화라는 하나의 경향성에 묶여 있으며, ‘힙스터 문화’라는 양상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수렴적이다. 힙스터를 하나의 문화 계층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세대론을 적용한다. 정치적 억압으로 인한 자기 검열로 억눌린 취향과 개인성을 X세대는 터뜨려 내보냈다. 힙스터 계층에겐 이 파열을 계승하는 지점이 보인다.

따라서 힙함을 향유하는 이 계층은, 낯선 미학과 비동일성을 연이어 발굴하며 아름다움을 구원하는가?2) 벤야민의 산책자는 19세기의 도시를 배회한다. 산책자는 집단적 무의식으로 갓 출시된 자본 상품에 매료된 군상이다. 산책자는 거대한 상가 안에서 찬란한 자본주의의 환상을 추구하는 군상이다. 산책자는 상품 더미 위에서 삶이 나아질 것을 상상하는 군상이다. 벤야민은 이를 통해 자본주의 유아기의 인간을 묘사한다. 힙스터는 산책하지 않는다. 힙스터는 목적지를 갖고 보행한다. 힙스터의 거리는 경로다. 보행자는 대량 생산품이 밀집한 상가를 배회하기보다 거리 여기저기에 널린 소수 문화 상품을 경유한다.

아방가르드는 확장 원리의 발산성을 띈다. 아방가르드의 실험적 미학은 지금 이후, 다음을 예감하게 한다. 아방가르드는 미래의 것을 예지하고 예고하는 감각이다. 아방가르드의 미래성은 다시 현재가 되고 보편이 된다. 문화가 폭을 넓히는 형태다. 그러나 이 세대의 지금은 다음 없는 상태에 봉착했다. 지금의 미학은 미래가 끊어진 도로 위에서 체증을 겪는다.

인더스트리얼은 미완성을 완성미로, 어긋남을 세련미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한 성격을 일부 취한다. 그러나 인더스트리얼은 지나간 산업혁명 시기 공업 풍경의 산물이다. 오브제가 된 공업재는 더 이상 무언가 생산하지 못한다. 현재가 미래 없이 널브러져 있다. 산재함은 개인성의 장인 동시에, 다음의 방향을 예감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힙스터 향유 문화의 발산성이 계층 취향으로 수렴하듯, 끊임없는 원운동 상태에서 아방가르드는 불가능하다. 원 안에서 취향의 자유가 존재하는지를 의심하게 된다. 힙스터의 미관을 겨냥한 상품이 생산되는 지금을 낙관할 수 없게 된다. 이어서 취향의 신화를 해체하게 된다.

부서진 실내 공간은 투쟁의 장이 실패한 다음 나타난 폐허다. 정치적 자유에 대한 거대한 방향성이 달성된 것처럼 격추되고, 투쟁의 구호들은 산재한다. 대의제의 실패로 드러나는 부실한 자유화 상태에서, 어쩔 수 없다는 감각은 지금의 정동이다. 보행자는 낙관할 수 없고 함께 비관할 것이 없다.

대의제의 폐허를 신자유주의는 화물 열차처럼 가로지른다. 개인은 취향과 개인성에 몰두한다. 선택하여 소비하는 행위에서 자유의 감각을 탐닉한다. 소비는 자유 욕구를 적당히 해소하는 대안 기제다. 산책자는 사게 되는 주체지만 보행자는 사야 하는 주체다. 산책자를 거느린 명시적인 자본 질서는 획일화하고 대량 생산하며 작동한다. 보행자를 거느린 자본 질서는 운동하는 문화의 원 안에서 제한된 자유를 준다. 이 자본 질서는 오히려 보행자를 파편화시켜서, 취향을 공유할 욕구를 심어놓는다. 비보편을 향유하면서도 보편을 지향하게 된다. 이 은밀한 원리는 앞서 언급한 문화 수렴성의 구조에 부합한다.

거대 이데올로기가 해체된 폐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 저변엔 자본의 형식이 살아 있다. 꾸며낸 인더스트리얼을 들춰내면, 자본 지반 위에 세워진 모델하우스가 있다. 하얗고 정돈된 이곳에 보행자들이 있다. 나는 구매할 것을 상상하면서 안심한다. 나는 자유를 자본에 의탁한다.

 


1) 한병철
2) 『아케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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