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ine Showalter_베일, 그리고 여성

글: Elaine Showalter
번역: 양지민

‘가려진 여성(The veiled woman)’은 19세기 말의 데카당파의 예술가들과 문학, 정신 분석 및 철학, 그리고 시네마적 맥락에서 ‘베일’이라는 주제가 지니는 시학을 연구하던 이들에게 다양한 뉘앙스와 의미를 지녔다.[1] 베일과 여성성, 이 두 요소를 연관시켰던 이유는 무엇인가?

Louis-Ernest Barrias, <Nature Unveiling Herself before Science>, 1895, 출처

관능적인 이 동상은 19세기 Paris Medical Faculty 건물의 복도에서 의료·과학의 비전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2] 만약, 이 옆에 ‘자연을 직면하는 과학’ 따위와 같은 작품명의 동상이 있었다면 물론 옷을 모두 갖춰 입은, 대담하고 날카로우며 지적 및 성적 지배를 함의하는 ‘관통적’ 시선의 남성이었을 것이다. 먼저, 여성의 ‘감추는 행위(veiling)’는 그들의 성욕, 그리고 질막과 연관되어 있었다. 따라서 베일은 수녀, 혼인, 또는 애도 의식과 같은 의례에서 스스로의 성적 지향을 감추는 여성의 순결과 겸허를 대표하는 장치였다.  더불어, 과학과 의학은 관습적으로 성적 은유를 사용하였는데, 인간의 ‘본성(nature)’을 인체의 신비를 연구하는 남성들에 의해 밝혀질 대상인‘여성’에 비유하였던 것이 대표적인 일례이다. 역사학자 루드밀라 조르다 노바가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의식이 투영된 이미지들은 데카당파의 우화적 조각상으로 구체화되었는데, 1985년 파리, 신고전주의적 낭만주의 조각가 루이 에르네스트 바리아스에 의해 구현된 것이 그 예다. 그의 작품 <La Nature se devoilantdevant la science>(Nature Unveiling Herself Before Science)의 작품명은 ‘과학의 등장으로 베일을 벗는 자연’의 의미로, 자연을 여성(‘Herself’)으로 상정함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시선을 겸허히 아래로 낮춘 채 유혹적으로 가슴을 드러내며, 몸의 일부를 덮고 있는 베일을 벗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린 어린 여성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또한, 올려다 보기가 위험(?)한 이 ‘가려진 여성’은 기원의 신비, 출생과 죽음의 진실에 대한 탐구의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프로이트는 그의 가장 짧은 분량의 글들 중 하나이자 가장 큰 파급력을 행사했던 에세이에서 자신의 시선이 닿은 남성들을 모두 돌로 만들어 버렸던 메두사의 머리의 신화를 ‘가려진 여성’의 알레고리로 해석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뱀의 형상을 한 메두사의 베인 목은 성기화된 머리이다.[3] 성적 기관의 배치를 머리로 상승시킴으로써 입은 여성의 질을, 머리의 뱀은 여성의 음모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로써 남성에게 메두사의 베일을 벗기는 행위는 남성이 여성의 성적 기관을 직면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결국,남성이 메두사의 목을 베는 것은 거세 행위임을 함의한다. 따라서 메두사에 대한 공포는 거세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며 이 공포는 또 다른 시각의 형성을 촉발한다. 이 현상은 대개 어린 남자 아이에게서 나타나는데, 여태까지 거세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던 남자 아이가 음모로 둘러싼 성인 여성의, 친모의 생식기를 보았을 때 느끼는 공포적 심리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남성의 응시 행위는 자기 역량 강화임과 동시에 명백한 자해 행위임을 뜻한다. 베일 뒤에 감춰져 있는 것은 여성의 성욕이라는 유령과 남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그들을 해하고 멸할 수 있는, 조용하지만 끔찍한 ‘입’이기 때문이다.(앞서 밝혔 듯이 프로이트는 메두사의 입을 여성의 질로 해석하였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음경이 여성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 아이는 거세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경험한다. 비평가 피터 브룩스 또한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베일을 벗기는 행위는 결핍과 거세에 대한 직면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여성의 신체를 드러내는 서사 표현의 방식은 얼마 가지 않아 베일로써 취급된 여성의 성(性)의 진실을 밝혀내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아마도 그것은 신비로운 베일의 배후에 밝혀낼 것이 없다는‘반전’의 사실을 도출하여 불안을 초래할 것임을 역설하였다.[4]

미술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많은 논란을 빚었던 작품으로 손꼽히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은 터키의 부유한 수집가 카릴베이에 의해 소장되어 당시 ‘베일’ 뒤에 은밀히 전시되었다.

Gustav Courbet, <L’Origine du monde>, 1866, 출처

뒤캉은 남성이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충격에 대해 묘사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그림은 탈의실에 있는 녹색 베일 아래에 숨겨져 있었고, 베일을 옆으로 끌어내면 여성의 음부를 정면에서 보는 듯한 놀랍도록 실감나는 사실의 재현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발, 다리, 허벅지, 배, 엉덩이, 가슴, 손, 팔, 어깨, 목 그리고 머리와 같은 타 기관을 간과[5]하고 오직 산부인과학적 관점으로 여성을 최소화한 점을 지적하고 이를 비판하였다.

여성의 질은 에드몽드 공쿠르와 같은 19세기 말 데카당파 예술가들의 잠을 방해하는 한마디로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그가 1883년 일기에 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젯밤 꿈을 꾸었는데, 나는 하얀 넥타이를 한 채 파티에 있었다. 파티에서 나는 어떤 한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녀가 블러바드 극장의 배우임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몸에는 스카프가 걸쳐져 있었는데, 그녀가 탁자 위로 올라갈 때 나는 그녀가 완전히 나체임을 깨달았다.···그녀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춤을 추며 자신의 중요 부위를 드러내었는데, 그것은 한 쌍의 치아가 드러난 채 열렸다 닫았다 하는 끔찍한 턱으로 무장된 것이었다.···”[6]

남성 또한 우화적으로 ‘가려진 남성’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지의 성별을 뒤집어 놓고 ‘가려진 남성’을 성적 또는 형이상학적 공포의 인물로 볼 수 있는가? ‘가리는 행위(veiling)’에는 성적 상징성이 함의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대부분 ‘가려진 인물’을 자처하지 않는다. 조르다 노바에 따르면 ‘가리지 않는 남성(unveiling men)’의 몸은 현대 사회에서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인 상징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의 신체를 드러내는 것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고 단순 코믹 행위의 일종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는 신비성과 겸허함 모두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타 성별에게 요구되는 ‘속성’이 되었기 때문에 ‘가리지 않는 남성’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7](나아가 그는 의학의 ‘해부’가 드러내는 과정(unveiling)의 형태였음을 지적했는데, ‘베일’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막’이라는 생리학적 의미를 지님을 조명했다.) 애석하게도 역사상 ‘과학의 등장으로 베일을 벗는 자연(‘Himself’)’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이 당시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어졌던 베일에 침투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은유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통해 산드라 길버트와 수잔 구바는 베일이 낭만주의 서사에서 지니는 의례적 개념과 통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유례 없이 여성적인 특성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베일은 일종의 침투 가능한 테두리에 불과하며, 밀폐성, 얽매임이라는 이미지 또한 관통과 침투에 상당히 취약한 것이다. 베일이 불투명한 경우에도 이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베일의 투명성은 불투명함을 유입과 유출의 통로로 변형시킨다. 이러한 사실은 베일이 지니는 다른 영역, 성별, 자아로의 접근 가능성을 증명한다.

고딕 소설에서의 베일은 죄와 죄책감, 과거의 원죄와 미래의 고통을 은폐하는 수단이었다. 한편, 19세기 낭만주의 시인들은 베일 뒤에 숨겨져 있는 현실을 두려워하며 자연, 신성, 환상과 분리되는 베일을 들어 올리려고 한 것이다.

 

원문:  Elaine Showalter, Sexual Anarchy: Gender and Culture at the Fin de Siecle, The Veiled Woman


[1] Mary Anne Doane, “Veiling Over Desire: Close-ups of the Woman,” in Richard Feldstein and Judith Roof, eds., Feminism and Psychoanalysi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89), p. 107
[2] Jordanova, Sexual Visions, p. 89
[3] Froma Zeitlin, “Cultic Models of the Female: Rites of Dionysus and Demeter,” Arethusa 15 (1982)
[4] Peter Brooks, “Storied Bodies, or Nana at Last Unveil’d,” Critical Inquiry 16(August 1989): 29.
[5] Maxime Du Camp, Les convulsions de Paris (Paris: Hachette, 1889), 2: 189-90
[6] Quoted in Peter Gay, The Bourgeois, I: 198
[7] Jordanova, Sexual Visions, pp. 96, 110. Jordanova also points out that “dissection was a form of unveiling,” and that the word “veil” has the biological meaning of “membrane.” (pp. 99-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