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형_‘활동형 니트’를 통해 보는 부캐 담론이 지닌 위험과 한계

‘활동형 니트’1)를 통해 보는 부캐 담론이 지닌 위험과 한계

시원한 형

‘사회비행자’2)에서는 니트(NEET) 담론이 가진 한계(니트 문제를 노력이나 의지 부족, 성격 등의 개인의 문제로 한정)를 지적하기 위해 ‘활동형 니트’3)라는 개념을 창출해 냈다. 활동형 니트란 쉽게 설명해서 ‘일하는 백수’이다. 일하는 백수라니 모순적이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자율적이거나 공공적인 일, 혹은 그 경계에서 일하지만 니트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용되어 있지 않지만, 때때로 생계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고용되거나 프리랜서 노동을 하기도 한다.

N잡러의 유행과 더불어 ‘부캐’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부캐의 뜻은 아래와 같다.

부캐란 본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 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후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4) 또 다른 정체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멀티페르소나’5)와 뜻이 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사회와 만나기 위해서는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인식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직업’을 들 수 있다. 부캐 열풍은 대부분에 사람들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에 싫증을 느끼고 피로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캐가 자신의 숨겨진 정체성과 욕망을 드러내는 ‘나를 찾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캐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맥락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캐·부캐라는 ‘캐릭터’ 담론이 가진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쇼미더머니’라는 경연프로그램에서 ‘마미손’의 등장이 화제가 되었다. 기성 래퍼 ‘메드 크라운’이 고무장갑을 뒤집어씀으로써 ‘마미손’이 되어 보여준 기존의 정체성을 넘은 다양한 시도는 부캐의 본연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출처

그러나 부캐 열풍에 선두라 할 수 있는‘놀면 뭐하니?’를 보자.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부캐가 원래의 의미가 잘 드러나는지 조금 갸우뚱하다. 기획자인 김태호 PD는 시청자를 위해서 부캐를 만든다. 유재석은 매번 ‘노동’하듯 다양한 부캐를 플레이(play)한다. 스킬(skill-기술)을 익히고 레벨업(Level-up)을 하고 있지만, 게임처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스펙 쌓기와 자기관리의 연장처럼 보인다.

김태호 PD가 유산슬 2집을 제안했을 때, 하프 연주를 강요받을 때, 라면집을 급작스럽게 운영해야 할 때 유재석이 김태호 PD를 흘겨보거나 어이없어 웃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 장면은 방송에서는 단지 유머로 소비되었지만, 나는 그것이 캐릭터 뒤에 숨겨져 있는 ‘player’가 캐릭터를 뚫고 나온 모습이라 생각한다. 주캐(국민MC)도, 부캐(유산슬 등)도 아닌 온전한 ‘유재석’말이다.

부캐 열풍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페르소나가 지니는 상품으로써의 신선함이나 시장에서의 가치(교환가치)가 아니다. 부캐를 통해 그동안 사회에서 강제되어왔던 캐릭터 이면에 진정한 나를 찾고 진정한 욕망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 두 가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는 ‘주체성’이다. 자유롭게 그리고 즐겁게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행위가 시청률(사회) 등의 역학관계에 의해 종속되었는지 아니면 ‘놀이’가 될 수 있는 건지 여부가 중요한 시사점이다. 본연의 취지와 의미에도 불구하고 부캐가 타인에게 기획되고 대상화된다면 진정한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자율적으로 캐릭터를 만들고(기획하고) 운영의 전반을 통제하는 것이다.

‘활동형 니트’는 부캐 담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활동형 니트와 그들의 일이 ‘캐릭터’와 어떤 접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주캐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들은 다양한 일을 하지만 직업 즉, ‘사회적 페르소나’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활동형 니트는 부캐 밖에 없는 사람인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주캐가 없기에 부캐는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에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페르소나’ 혹은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사회적 프레임 안에 순응하지 않기에 언어화될 수 없는 존재들이고, 캐릭터로서(직업으로서) 존재하지 않기에 (노동 중심) 게임에서(사회에서) 비가시화된 사람들이다.

활동형 니트는 온전한 자신(player) 그대로 존재(하려)한다.

부캐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되는 페르소나(주캐)가 아닌 자신의 온전한 욕망과 자아를 드러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의미는 우리가 캐릭터로 남는 것이 아닌 온전한 자신(player)으로 존재할 때 찾을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player’, 다른 말로 하면 ‘다양한 삶과 일의 방식’이 배제되지 않고 존중과 환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1)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교육받지도, 고용되지도,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 청년
2) ‘사회비적응자들의 행복과 자립’이란 뜻으로 니트 문제의 국가주의적 노동중심적 담론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단체

3) 자세한 내용은 사회비행자의 N개의 공론장 일하는 백수, 활동형 니트 https://brunch.co.kr/@n-talk-with/105 참고
4) 부캐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5)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