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박찬경_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3)

이영욱(미술평론가), 박찬경(작가) 4.근대 -전통 전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상상할 것인가는 근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김수영을 좆아, 억압된 전통을 기억해내고, 그 전통을 부단히 변화하는 장기지속의 흐름으로 인식하며, ‘거대한 뿌리’를 상상하고, 그 뿌리를 내 땅에 박으려 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당연히 통념화된 근대 개념의 자장 밖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다. 흔히 » 891 views

허호정_주현욱의 ‘메모리 네크로맨싱’ – 이중구조를 둘러싼 질문들: 동상, 세기,그리고 얼룩

허호정 1.메모리 네크로맨싱 2017년 겨울과 2018년 봄, 주현욱은 특정한 물리적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km 내에 위치하는 동상들을 추적하여, 그중 20세기에 제작된 것을 골라 부분을 스캔하고 3D 프린트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촬영, 편집하여 전시장 한쪽에 1채널로 설치하였다. 돌아가는 원판 위, 색색의 조각. 혹은 투명한 좌대 위에 규칙적으로 나열된 백색의 조각. 그것은 » 891 views

이영욱, 박찬경_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2)

이영욱(미술평론가), 박찬경(작가) 3. 거대한 뿌리 -전통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는 단언은 전통에 대한 통상적인 이해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요청한다. 비숍의 책을 읽는 도중에 시인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방인 비숍은 구한말 조선의 문화와 관습을 낯설고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 시선은 그간 전통을 대해왔던 시인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이다. 식민의 상처 때문에 그 » 850 views

엄제현_예술과 윤리, 그 불행한 동거

가끔 그런 예술이 있다. 보고 있자니 화가 나고, 수치스럽고, 모욕적이고, 눈살이 찌푸려지고,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고, 전시장을 나가버리고 싶거나 아예 전시 자체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예술들. 그것들을 관람할라치면 먼저는 감수성을 건드려 불쾌감을 자아내더니 곧 이성적으로는 시민적 윤리의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는 듯 보여 무례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사회적 격률로부터의 탈선이 어느 » 2,140 views

이영욱, 박찬경_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1)

이영욱(미술평론가), 박찬경(작가) 1. 들어가며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마음이 무겁다. 어디선가 ‘21세기에 무슨 전통이냐?’는 반발이 곧장 터져 나올 듯싶다. 무슨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 또한 뒤따를 것 같다. 하긴 그간 전통/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논의는 혼란에 혼란을 배가한 채 말을 안 꺼낸 것만 못한 상태로 종결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 3,165 views

홍태림_김이박 개인전 ‘미모사’ 리뷰: 불안과의 동행

홍태림(미술비평, 크리틱-칼 발행인) 몇 년 전에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을 통해서 히키코모리(引き籠り), 다른 말로 은둔형 외톨이 개념을 널리 알린 사이토 다마키의 『사회적 우울증』을 살펴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사이토 다마키는 신종 우울증을 주로 다루는데, 근래에 두드러진 이 우울증은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뒤섞이며 발생하는 기존의 우울증에 비하여 훨씬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 1,271 views

이여로_ 번역 : 자크 데리다의 세 가지 나이 The Three Ages of Jacques Derrida (interview by Kristine Mckenna)

사람들이 미치광이 프랑스 지식인이자 아는 사람만 아는 슈퍼스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미국의 대중문화잡지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해체주의라는 단어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해할 때,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 세계 도처의 대학생들이 해체주의의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이 모든 것이 자크 데리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지식인으로서 지배적인 인물 » 1,042 views

엄제현_버닝. 이미지와 서사, 언어의 환유를 통한.

본 글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대한 비평으로, 영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독자분들께선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비평은 다른 비평들로부터 명쾌한 대답을 듣지 못해 작성한 것이다. 어쩌면 청년 세대를 겨냥한 영화가 실상 다른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청년 세대가 이에 대한 대답을 » 1,842 views

허호정_전시-경험의 시세: 낙차를 견주기 그리고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는 경험을 시간적인 것으로 포박한다. 전시는 특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무언가를 – 이미지를, 소리를, 몸짓을 – 풀어놓는 (혹은 묶어 놓는) 형식 일체인 한편, 특정 기간의 문제를 가시화한다. 달리 말해, 전시-경험은 보거나 듣고 느끼는 일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우선, 물리적 시간의 제약 속에 들어앉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결국, 일주일, 이 주일, 혹은 한 » 1,751 views

홍태림_민중미술과 기독교에 대한 소고

홍태림(미술비평, 크리틱-칼 발행인) 한반도에서 기독교는 1880년대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후로 지배층으로부터 억압받는 민중에게 위로와 해방의 기운을 불어넣어왔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에 독립선언문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중 절반은 개신교 목사였으며1) 시장세 반대운동, 국채보상운동 등도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끌었던 것을 떠올려볼 수 있겠다.2) 해방 이후 6.25전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로도 남한의 기독교는 군사독재의 압제 속에서 » 1,765 views

김동균_낯익은 것들 앞에 낯설게 마주선 순간, 이현호의 개인전을 보고

  “미적 우주는 자유의 욕구들과 능력들이 그것의 해방을 위해 근거하고 있는 ‘생활 세계’(lebenswelt)이다. …… (중략) …… 그것들은 물질적, 지적 생산 속에서 단계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려는 집단적 실천 속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 (중략) ……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의 재구성에 있어서, 현실은 새로운 목표의 표현물인 형식을 획득하려고 한다. …… (중략) …… » 1,097 views

엄제현_‘효과의 기술’ 리뷰: 참여라는 타성적 좀비를 인식하기

안대웅이 큐레이션한 <효과의 기술>과 이 전시의 유일한 출품작인 강신대의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를 관람했다. 종로 세실극장의 무대/객석의 구분을 아랑곳 않고 무대를 클럽의 스테이지로 구동시킨 전시이다. 입구에선 입장료를 지불하자 클럽팔찌를 채워주었고 극장 안으로 들어온 관객들은 일차적으로 스테이지에 올라와 디제잉하는 광경을 찍는다. 디제이가 다루는 믹서 바로 앞에선 고용된 듯 몇 명의 바람잡이들이 » 2,206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