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제현_예술과 윤리, 그 불행한 동거

가끔 그런 예술이 있다. 보고 있자니 화가 나고, 수치스럽고, 모욕적이고, 눈살이 찌푸려지고,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고, 전시장을 나가버리고 싶거나 아예 전시 자체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예술들. 그것들을 관람할라치면 먼저는 감수성을 건드려 불쾌감을 자아내더니 곧 이성적으로는 시민적 윤리의 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하는 듯 보여 무례하다는 인상까지 준다. 사회적 격률로부터의 탈선이 어느 » 2,446 views

이영욱, 박찬경_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1)

이영욱(미술평론가), 박찬경(작가) 1. 들어가며 전통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마음이 무겁다. 어디선가 ‘21세기에 무슨 전통이냐?’는 반발이 곧장 터져 나올 듯싶다. 무슨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 또한 뒤따를 것 같다. 하긴 그간 전통/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논의는 혼란에 혼란을 배가한 채 말을 안 꺼낸 것만 못한 상태로 종결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 3,440 views

홍태림_김이박 개인전 ‘미모사’ 리뷰: 불안과의 동행

홍태림(미술비평, 크리틱-칼 발행인) 몇 년 전에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을 통해서 히키코모리(引き籠り), 다른 말로 은둔형 외톨이 개념을 널리 알린 사이토 다마키의 『사회적 우울증』을 살펴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사이토 다마키는 신종 우울증을 주로 다루는데, 근래에 두드러진 이 우울증은 생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뒤섞이며 발생하는 기존의 우울증에 비하여 훨씬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 1,426 views

이여로_ 번역 : 자크 데리다의 세 가지 나이 The Three Ages of Jacques Derrida (interview by Kristine Mckenna)

사람들이 미치광이 프랑스 지식인이자 아는 사람만 아는 슈퍼스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미국의 대중문화잡지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해체주의라는 단어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해할 때,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 세계 도처의 대학생들이 해체주의의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이 모든 것이 자크 데리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지식인으로서 지배적인 인물 » 1,233 views

엄제현_버닝. 이미지와 서사, 언어의 환유를 통한.

본 글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대한 비평으로, 영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독자분들께선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비평은 다른 비평들로부터 명쾌한 대답을 듣지 못해 작성한 것이다. 어쩌면 청년 세대를 겨냥한 영화가 실상 다른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청년 세대가 이에 대한 대답을 » 2,049 views

허호정_전시-경험의 시세: 낙차를 견주기 그리고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는 경험을 시간적인 것으로 포박한다. 전시는 특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무언가를 – 이미지를, 소리를, 몸짓을 – 풀어놓는 (혹은 묶어 놓는) 형식 일체인 한편, 특정 기간의 문제를 가시화한다. 달리 말해, 전시-경험은 보거나 듣고 느끼는 일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우선, 물리적 시간의 제약 속에 들어앉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결국, 일주일, 이 주일, 혹은 한 » 1,972 views

김동균_낯익은 것들 앞에 낯설게 마주선 순간, 이현호의 개인전을 보고

  “미적 우주는 자유의 욕구들과 능력들이 그것의 해방을 위해 근거하고 있는 ‘생활 세계’(lebenswelt)이다. …… (중략) …… 그것들은 물질적, 지적 생산 속에서 단계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려는 집단적 실천 속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 (중략) ……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의 재구성에 있어서, 현실은 새로운 목표의 표현물인 형식을 획득하려고 한다. …… (중략) …… » 1,240 views

엄제현_‘효과의 기술’ 리뷰: 참여라는 타성적 좀비를 인식하기

안대웅이 큐레이션한 <효과의 기술>과 이 전시의 유일한 출품작인 강신대의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를 관람했다. 종로 세실극장의 무대/객석의 구분을 아랑곳 않고 무대를 클럽의 스테이지로 구동시킨 전시이다. 입구에선 입장료를 지불하자 클럽팔찌를 채워주었고 극장 안으로 들어온 관객들은 일차적으로 스테이지에 올라와 디제잉하는 광경을 찍는다. 디제이가 다루는 믹서 바로 앞에선 고용된 듯 몇 명의 바람잡이들이 » 2,358 views

조재연_어떤 가능성에 대한 끈질긴 사랑_하므음: 둘, 셋의 공통감각

1 사랑하는 당신의 선물을 고르다 망설였다. 나는 당신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통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옷의 대부분이 검은색이고, 그렇지만 꽃을 고를 때는 파스텔톤을 선호하고. 코코아를 좋아하지만 정작 쓰고 달지 않은 코코아를 찾는 당신까지는 내가 알고 있었지만 그 의미와 느낌 앞에서 나는 한참이 모호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 » 1,151 views

박경주_[대림동의 아프리카]에 대한 답변

박경주(모든이의민주주의연구소 연구활동가 / ptothek@hanmail.net) 답변의 경위 이형민, 김지애, 조민아기자님 그리고 국민일보 ‘데스크’님께 기사 잘 읽었습니다. 난민이라는 ‘상태state’에 놓인 이들이 난민신청을 ‘좋은 일자리 티켓’으로 여기는 탓에 ‘남용적 난민신청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현재 한국사회에는 난민신청자들의 ‘불법/미등록취업’이 횡행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쓰셨길래, 저 역시 기자님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몇 마디의 말들이 있어 » 2,492 views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이양헌 / 미술비평 우선, 전시(exhibition)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 무엇이 전시이고 전시가 아닌가. 그것은 여전히 화이트 큐브로 대표되는 제도의 승인이나 주체 담론을 형성하는 이데올로기 장치, 특정한 저자성으로 지지되는 예술품들의 구성체인가. 혹은 미술관 컬렉션을 선형적으로 재배열하면서 발화하는 특수한 방식의 역사쓰기인가. 출판과 스크리닝, 상연, 학술적 세미나, 프로파간다나 사회적 실천 등 전시가 확장된 차원으로 » 3,633 views

전대한_취향입니다, 담론해주시죠.

전대한(대중음악비평)│jeondaehan@naver.com 몇 번이고 스스로와 주위 동료들에게 물었던 질문을, 지겹지만 또다시 묻는다. 대중음악비평이라는 씬scene은 이제 정말로 폐허인가? 가시적인 지점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 이곳은 폐허이고,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무너진 곳이다. 비평은 아주 조금씩만 생산되며, 그나마 그것을 생산해내는 이들은 비평만으로는 생계를 오롯이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비평은 갈수록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고, 이를 수행하려는 » 4,045 views